전지훈련 도중 피살된 프로골퍼 전호상(39)씨 사망 사건에 대해 현지 한인들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 이런 사건이 언젠가 한번은 일어날 수 있었던 ‘예견된 사고’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씨가 전지훈련 중이던 앙헬레스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 북서쪽 수빅만에 위치한 경제특구로 한때 미군이 주둔했던 지역.

규모는 작지만 미군이 건립한 미모사골프장이 남아 있고 주둔 당시 형성됐던 대규모 위락단지가 들어선 이곳은 5년 전만해도 한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데다 물가가 싸다는 장점 때문에 2~3년 전부터 해외 골프를 즐기려는 한국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또 최근에는 국내 한 항공사가 앙헬레스의 클락 국제공항으로 직항 노선을 운항하면서 한국 관광객 수가 폭증세를 보였다는 것.

한국 관광객 증가와 함께 골프장과 위락시설 등지에서 말썽을 일으키거나 범죄수준의 비행을 저지르는 등 한국 골퍼들의 ‘추태’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골퍼 4명이 골프를 즐기다 아무런 통보없이 자신들앞에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필리핀 법무장관 일행을 향해 샷을 날렸다가 현장에서 검거돼 구치소에 갇히는 일도 있었다는 것.

언론의 한국 골퍼들에 대한 비난도 한층 거세졌다.

필리핀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어러는 지난 10일자 ‘한국인의 침략’이라는 사설을 통해 일부 한국골퍼들의 비행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필리핀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한국인들은 우리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고 현지인을 마치 하인처럼 부리려는 한국인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요지.

특히 이 사설은 “언젠가 한국사람이 칼에 찔리거나 골프채에 맞아 죽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어글리 코리언’의 추태에 대한 현지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음을 시사했을 정도.

물론 전씨 일행은 훈련의 여독을 풀기 위해 유흥가를 찾았다가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국 관광객 중 상당수는 ‘품위’를 지키며 골프를 즐기고 있어 싸잡아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

그러나 이미 불씨만 던지면 폭발할 만큼 현지인들의 감정이 좋지 않은데다 총기를 소지한 사설 경호원 제도가 일반화될만큼 치안상 태가 불안한 상황이어서 한국인에 대한 공격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었던 일이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의 조희용 총영사는 “납치와 감금, 피살, 강도, 실종 등 한국인 관련 강력 범죄가 연간 50% 이상 증가추세에 있다”며 “한국인 관련 강력 범죄 원인의 한 축이 빗나간 행동에 있는 만큼 관광객들 스스로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현지 교민은 “직항 노선을 운항중인 항공사는 물론 여행사들도 사전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