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의 대립은 첨예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제트기와 미사일을 샀다고 발표했다. 함께 군사훈련도 할 계획이다. 미국은 이것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중국이 위반한 것이므로 무력보복을 경고했다. 반면 한반도는 화해의 분위기로 가득하다. 마치 설중매를 보는 것같다. 신냉전 속에서의 평화는 올까?

2010년대 초반부터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구체화됐다. 미국이 아베노믹스를 허용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엔화절하를 용인해줄 테니 일본 수출기업들이 중국 기업들의 성장을 지연시켜달라는 부탁이다. 2016년부터 미국은 금리를 올리며 세계의 자금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는데 이런 이기주의도 그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의 갈등 국면에서는 미국이 일방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계속될 수 있을까? 중국이 미국을 긴장시킬 수 있는 커다란 수단 중의 하나는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를 파는 것이다. 이로인해 미국 국채가격이 폭락하면, 즉 금리가 급등하면 부채 부담이 큰 미국의 가계와 기업이 견디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미국 기업은 그동안 자사주를 매입하며 저금리를 즐겼는데 금리 부담이 커지면 자사주를 다시 팔아야 하고, 이는 증시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그럴 자신감은 없다. 섣불리 했다간 달러만 잃고 중국의 환율만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스스로가 과도한 재정지출 및 세금감면으로 인해 인플레가 커지면 그만큼 미국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떨어진다. 즉 미국 채권의 인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이 조성된다면 중국 정부가 미국국채를 약간만 팔아도 미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즉 미국의 급소를 건드릴 수 있다.

그럴수록 미국은 가장 압도적인 무기를 쓰려 할 것이다. 군사력이다. 중국의 100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일 미국과 중국의 골이 깊어지면 북한은 어떻게 줄을 설까? 이것이 트럼프를 화나게 할 수도 있다. 남북 경협주도 이로 인한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의 국방주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설령 미국과 중국이 화해 모드로 간다 해도 미국의 국방주는 장기적으로 안정 성장하기 때문에 문제 없다. 단기적으로 미국의 국방예산 규모가 줄어들 경우 이익에 차질을 줄 수 있지만 이것마저도 수출로 상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체 불가능한 독과점 사업이 아닌가. 따라서 한국 투자자들이 공부하지 않고도 믿고 살 수 있는 주식이다.

한편 한국항공우주는 최근 미국의 고등 훈련기 수주에 실패했다. 이번에 성공했다면 이 실적을 바탕으로 동남아를 비롯해 세계시장에 항공기를 수출하며 방위산업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한국의 무기 수출은 지난 10년간 10배 증가했다. 그러나 국지전에 쓰이는 재래식 무기였다. 한국 정부는 방위 산업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항공기 사업에 주목했다. 이전 정권 때 한국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서 구입처를 보잉보다 록히드마틴쪽으로 정한 이유는 록히드마틴이 설계한 고등 훈련기를 한국항공우주가 바터(barter)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사실 록히드마틴이 설계한 훈련기는 단순한 훈련목적 외에 가벼운 폭격 기능도 갖고 있었다. 반면 미국 국방부는 훈련 목적에 충실한 항공기를 원했고 그 결과 이번 선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록히드마틴 쪽으로 기울었던 이유는 그곳이 민주당과 가까웠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의외로 트럼프가 당선되고, 한국도 정권이 바뀌어 연결고리가 끊어진 것이 수주 실패의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제 세계는 미국이 혼자 끌고 가기에는 너무 커졌다. 그렇다고 미국이 패권을 쉽게 넘겨 주기는 싫을 것이고, 그럴수록 방위산업에서 투자의 대상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은 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