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서예가
▲ 강희룡 서예가

인재가 세상에 쓰이지 못하거나 반대로 무능한 사람이나 격에 맞지 않는 사람이 고위직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런 잘못된 인사검증에 대해서 국민들은 목소리를 높여 비판을 한다. 그런가 하면 능력이 있을 줄 알고 발탁했는데 정작 그 자리에 올라가서는 형편없는 성과를 내거나 반대로 별 볼일 없을 줄 알고 임명을 꺼렸던 사람이 의외의 성과를 내서 임명에 반대했던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일종의 잘못된 인사행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고려 의종부터 명종대까지의 문인이자 학자인 서하 임춘(1150년경~?)은 예천 임씨의 시조로 강좌칠현의 한 사람이다. 20세 전후해서 무신난의 화를 가문 전체가 입어 시와 술로 세월을 보내다 30세에 세상을 떠난 뒤 지인이었던 이인로가 그 유고(遺稿)를 모아 ‘서하선생집’을 엮었다. 임춘의 ‘서하선생집, 일재기(逸齋記)’에 공직으로 나아가고 물러남에 대한 자세를 잘 기록하고 있다. 그는 ‘진실로 숨어 살 수 있는 덕을 가진 사람은 출세할 수 있는 역량도 있으며, 참으로 출세할 역량이 있는 사람이면 숨어서 살 수도 있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또한 이 글에 덧붙이기를 ‘공명심에 사로잡히고 벼슬에 골몰하여 머리에 감투를, 허리에 관인(官印)을 차고 다니는 사람은 세력을 얻기 위하여 허덕이며 이익을 쫓을 뿐이다. 그에게 숨어 있을 덕이 있겠는가!’

이 일재기의 주인공인 이중약(?~1122)은 인종 즉위년 고려 중기의 도사로 월출산에 들어가 도술에 능통하게 되었다. 도교에 심취하여 항상 마음을 물질 밖에 두고 얽매이는 데에 초탈한 이른바 진짜 은둔자였다. 한편으로는 의학을 연구하여 많은 백성들을 살려냈고 그 공으로 조정에 들어와 높은 벼슬을 하기도 하였으며, 후에는 중국에 건너가 도의 요체를 배우고 본국에 돌아와 도교사원을 설립하고 설법을 행하였다. 이런 주인공에 대해 서하 선생은 ‘도와 함께 행하여 이른바 진정으로 출세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숨고 싶을 때는 숨어서 도를 닦고, 세상에 나오고 싶을 때는 출사해서 역량을 발휘하는 그야말로 ‘참인재’인 것이다. 서하의 윗글은 인사(人事)가 아니라 인사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조용히 은둔 속에 학문과 역량을 기르다가 때가 이르면 세상에 나아가 그 역량을 백성을 위해 발휘하고, 여의치 않으면 다시 조용히 물러나는, 그야말로 공인으로서의 이상적인 진퇴의 모습을 말하고 있다.

나아가고 물러남은 어느 시대 누구에게나 커다란 화두이다. 지금의 관리임명 국회 청문회를 보면 인재보다는 같은 패거리임명으로 영욕에 눈멀어 합당하지 않은 자리를 탐내다가 올라보지도 못하고 망신만 당한 사람들도 있고, 임명은 되었으나 청문회과정에서 안팎으로 만신창이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또는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물러나지 못하고 미적거리다가 사방에서 집중 공격을 당하여 마침내 온갖 치부가 만천하에 드러난 다음에 떠밀려 나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모두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알아서 적절히 처신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라 하겠다.

지금 교육과는 거리가 먼 인사를 교육부총리 임명을 놓고 정치권의 대립이 첨예하며 교육계도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청문회에서 나타난 그의 부조리한 행태는 딸의 위장전입과 피감기관 건물입주, 경력뻥튀기, 공무원법 위반, 남편의 위장전입 등 온갖 비리백화점이라 볼 수 있다. 대통령 직권으로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이런 사람이 과연 백년지계인 교육의 미래를 위해 어떤 역량을 발휘할지 의심이 든다. 교육보다는 ‘1년 시한부장관’ 의 가능성이 높은데 차기 총선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교육부총리 자리를 탐한다면 이 나라 교육은 혼란 속에서 더욱 병들 것이다. 서하 선생의 말씀처럼 자신의 능력을 냉철히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아가고 물러나는 데 있어 이렇게까지 구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