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의 재발견
정부 주관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선정
노후 상수관 교체·정비, 양질의 수돗물 공급
1읍 8면 군 전역 블록 시스템으로 계층화
최첨단 물 관리 시스템으로 원격 감시·제어

▲ 푸른 바다와 청정한 숲을 지닌 영덕군은 ‘깨끗한 물 공급’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사진은 강구항 전경.  /영덕군 제공
▲ 푸른 바다와 청정한 숲을 지닌 영덕군은 ‘깨끗한 물 공급’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사진은 강구항 전경. /영덕군 제공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한국 사람들 절대다수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1960~70년대. 정부의 복지정책은 국민이 ‘덜 굶고, 덜 헐벗게 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었다. 그 방침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지속됐다.

그리고 2018년 오늘. 높은 교육열과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부모세대의 자기희생과 한국인 특유의 근면성은 단기간에 나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국토는 좁고, 자원도 풍부하지 않지만 한국은 이제 경제 규모면에서 세계 10위를 오르내리는 국가가 됐다.

이런 상황에 발맞춰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정책도 변하고 있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무게추가 옮겨간 것이다.

깨끗한 물을 마시고, 오염되지 않은 공기 속에서 숨쉬며, 청결하고 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 속하는 것들. 또한 이 문제는 일정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한국 지자체들과 마찬가지로 영덕군 역시 군민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미세먼지 등 공기 오염물질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된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과 ‘사물인터넷 기반 미세먼지 측정망 구축사업’ 등은 그 생생한 사례다. 실생활에서 주민들의 미소를 부르는 깔끔한 공중화장실 신축도 빼놓을 수 없다.

영덕군청이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인다”는 슬로건 아래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관련 사업들을 세부적으로 점검해보고자 한다.

 

▲ 영덕 상수도 현대화사업소가 낡은 상수도관을 교체하고 있다.
▲ 영덕 상수도 현대화사업소가 낡은 상수도관을 교체하고 있다.

◇ 깨끗한 물의 안정적 공급은 빼놓을 수 없는 복지

환경부가 주관한 ‘2018년도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대상지로 영덕군이 선정된 것은 지난해 10월. 5년간 총사업비 315억 원을 확보함으로써 시작된 이 사업의 목표는 “지방상수도 관로와 운영 체계를 개선해 효율적인 물 관리를 이뤄낸다”는 것이었다.

노후 상수관로 비율, 유수율, 사업의 기대효과, 사업 의지, 재정건전성 확보 노력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영덕군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후 ‘깨끗함 물 공급’을 위한 계획을 단계적으로 수립했다.

사업이 완료될 2022년에는 오래된 상수도관이 전면 교체·정비되고 블록시스템과 유지관리시스템으로 선진화된 상수도 체계를 구축하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취수원 보호와 가뭄에 따른 주민불편까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대상지 선정 직후 이희진 군수는 “주민들에게 양질의 수돗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복지”라는 말로 향후 적극적인 사업 추진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영덕군은 올 초 K-water와 노후 상수도시설 개선을 위한 ‘영덕군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 위·수탁 협약’을 맺었다. K-water는 노후 수도관 교체, 블록시스템 구축, 누수 탐지와 복구, 수도관 정비 및 실시간 유량 감시체계 구축 등을 협약에 따라 진행했다.

영덕군은 낡은 수도관이 적지 않아 누수가 많았다. 요금 현실화율(37%) 또한 낮았다. 물 전문 공공기관 K-water는 전국 23개 지방상수도를 위탁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수율 향상 등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올해 본격화된 영덕군의 상수도 현대화사업은 영덕읍 등 8개 급수구역 유수율을 사업 완료 시점인 2022년까지 85%(현재 55.9%)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새는 수돗물만 줄여도 연간 35억 원의 생산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블록시스템과 유지관리시스템은 ‘물의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와 관련 영덕군청은 “지방 상수도 현대화사업은 누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줄이고 물 복지를 향상시키는 필수 사업”이라며 “사업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K-water와의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 깔끔하게 신축된 영덕 해맞이공원 공중화장실.
▲ 깔끔하게 신축된 영덕 해맞이공원 공중화장실.

◇ 블록시스템으로 물 처리시설의 원격 감시·제어 가능

영덕군의 상수도 현대화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 초봄엔 ‘영덕 상수도 현대화사업소’가 문을 열었고,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첨단 시스템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주민과 맺은 약속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상수도의 유지 및 관리 비용과 수돗물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설의 개선과 재투자’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정착 없이는 사업의 완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덕군은 현재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사업추진안에 대한 논의와 토론은 2022년까지 끊이지 않을 듯하다.

하성찬 영덕부군수의 “K-water의 축적된 수도 분야 노하우와 기술로 누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없애고 주민불편도 최소화 해달라”는 부탁도 이런 연장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영덕군과 K-water의 노력이 합해진 ‘영덕군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의 성과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노후된 상수관과 정수장 등이 개량·현대화됐고, 사업 지역인 영덕군 전역(1읍·8면)의 급수구역을 대블록, 중블록, 소블록의 형태로 계층화했다. 이로써 취수장, 정수장, 가압장 등 물 처리시설의 원격 감시·제어가 가능해진다.

블록구축과 관망 정비를 위해 (주)건화 등 4개 업체와 용역계약이 체결됐고, 기초데이터 분석 등의 작업 후 올해 말 실시설계가 완료되면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영덕군 관계자는 “현대화사업소 개소 후 127건의 누수탐사를 시행해 하루 9천326㎥의 누수를 복구했다”는 희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는 ‘수돗물 절약’이라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한 성과였다.

 

▲ 모바일 앱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덕군의 공기질을 확인할 수 있다.  /영덕군 제공
▲ 모바일 앱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덕군의 공기질을 확인할 수 있다. /영덕군 제공

◇ 노력의 결과 드러나는 ‘영덕군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여름이 끝나갈 무렵엔 영덕·영해·병곡 일대의 상수도관 세척작업도 진행됐다. 고질적인 수질 민원의 발생 경로를 파악하고 빠른 대책 수립을 위한 것이었다.

통상 상수도관의 기대수명은 40년 정도다. 오래된 상수도관이라 해도 쉽게 녹이 슬거나 이물질이 남지는 않는다. 하지만 수압이 낮은 상태로 공급될 경우 유속이 느려지면 관 내벽에 이물질이 쌓인다. 이런 찌꺼기를 첨단 세척공법으로 제거한 것.

‘영덕 상수도 현대화사업소’는 상수도관 세척작업이 진행된 당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야간작업을 진행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했고, 관련 소식을 마을방송과 홍보물 등을 통해 미리 알려 당황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배려했다.

이처럼 ‘깨끗한 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영덕군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대하는 군민들이 적지 않다.

 

▲ 영덕군이 시내 주요 지점에 설치한 미세먼지 측정 장치.
▲ 영덕군이 시내 주요 지점에 설치한 미세먼지 측정 장치.

‘모바일로 보는 우리동네 공기질’ 미세먼지 대책 적극 추진, 깨끗한 ‘숨’ 쉬는 영덕군

오염물질이 섞이지 않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것은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욕구다. 영덕군은 올 2월 군 단위 지자체로는 전국 최초로 KT와 ‘사물인터넷(IoT) 미세먼지 측정망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공기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미세먼지 오염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영덕은 읍면사무소 등 20개 주요 지점에 IoT 미세먼지 측정망 시스템을 설치해 시시때때로 변하는 공기질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전광판과 앱(App)을 통한 휴대전화 시스템으로 실시간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이희진 군수는 “미세먼지 문제는 군민의 생명과 직결된 것”이라며 “미세먼지 측정망 구축을 통해 군민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김경일 KT 대구 고객본부장 역시 “영덕군이 대기환경 오염 예방을 위한 미세먼지 대책을 추진하는데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4월 초순 시작된 ‘IoT 기반 미세먼지 측정 서비스’는 미세먼지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타 지역의 주목을 받았다. 1개월의 시험가동 후 5월부터 본격적인 대기 질 측정이 시작됐고, 미세·초미세먼지 상황도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측정된 자료를 빅데이터로 축적한 영덕군은 이를 공기질의 선제적 관리에도 활용한다.

또한 미세먼지의 발생을 억제하는 ‘도로 재비산먼지 청소차량’의 구입 계획도 세웠다. 상대적으로 쾌적한 영덕 지역의 대기환경을 전국에 홍보해 관광객도 끌어들일 예정이다.

더불어 영덕군청은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인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사업의 확대와 공사장과 대기오염 물질 배출사업장 점검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부터는 모바일 앱과 인터넷 홈페이지 연결로 이용할 수 있는 ‘공기질 알리미 서비스’도 시작됐다. 이 역시 전국 지자체 최초다.

영덕 주민과 관광객은 스마트폰과 개인 컴퓨터로 미세먼지 등 공기 오염물질의 정보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영덕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미세먼지’ 메뉴를 누르면 ‘영덕군 공기질 서비스’ 화면에 접속이 가능하다. 이곳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습도, 야외활동 지수 등 실시간 정보가 1분 간격으로 업데이트 된다.

영덕군청의 한 공무원은 “깨끗한 공기와 우수한 환경정책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미세먼지 등 대기 정보를 축적해 빅데이터로 활용하면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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