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올해 들어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했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주도하는 곳은 유럽이다. 탄소배출권이란 유럽연합(EU)이 제조업체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해주고 그 이상을 배출하면 탄소배출권을 사야 하되, 생산공정을 친환경으로 개선해서 덜 배출하면 탄소배출권을 팔아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제도다. 최근 유럽연합은 한도를 크게 낮춰 탄소배출권의 수요가 증가했다.

유럽이 이렇게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배경은 신재생에너지 쪽에서의 생산성 개선, 즉 발전단가의 하락이 두드러져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석유에서 전기로 넘어가자”는 움직임을 가속화한 것이다. 그 동안 전기로 넘어가려던 움직임에 걸림돌이 됐던 것은 2차전지 소재관련 문제였다. 그런데 이 쪽도 해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전지의 충방전이 일어나려면 리튬이온이 분리막을 왕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리튬이 조금씩 자란다. 이것이 지나치면 양극재의 리튬이 음극에 달라붙는다. 이는 마치 휴즈가 녹는 것처럼 리튬이 타며 열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리튬 크기를 줄여야 했고 이로 인해 전지의 용량도 줄어든다. 그러나 합금기술의 발달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같은 대형전지조차도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해 왔다. 따라서 리튬 가격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바나듐(vanadium)을 사용하는 흐름전지(flow battery)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특히 흐름전지는 내구성이 좋고 바나듐은 재활용도 쉬워 리튬의 가격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리튬 및 코발트 등 2차전지 소재 가격은 하락했다. 이로 인해 2차전지 수혜주가 소재에서 셀(cell)로 확산되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 관련 주식들 가격은 크게 하락했다. 앞서 언급한 2차전지 셀 관련 수혜주 가운데에도 삼성SDI 주가는 상승한 반면 LG화학 주가는 화학사업의 부담 때문에 저조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에 짐이 되는 첫째 요인은 북미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 크래커(ethane cracker)가 2019년 말까지 차질없이 완공되어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규설비의 공급 부담이다. 한편 수요도 위축된다. 지금은 달러가치와 유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어 화학 소재를 많이 소비하는 신흥국의 경우 수입물가가 급등했다. 그 결과 구매력이 약해지고 수요가 감소했다. 결국 수요와 공급 모두 안 좋아지며 화학제품의 스프레드(spread)가 크게 떨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다른 시사점들을 찾아보자. 먼저 달러가치와 유가가 동반상승하는 것은 미국의 패권이 약해지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세계경기가 과열되면 미국이 금리를 높이고 달러를 회수하여 달러가치가 상승하고, 그 결과 원자재 가격이 떨어져 인플레 열기가 식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사우디조차 미국 말을 잘 안 듣는다. 석유 선물가격이 역전(backwardation)되어 있는 것도 산유국의 협상력이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유가를 올린 부분도 있지만 세계 자동차 판매가 꺾이고, 석유를 많이 쓰는 신흥국 경기가 급하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유가의 고공행진은 분명히 이상하다.

한편 한국증시를 주도하던 세력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 동안 증시를 이끌던 화학, 반도체는 김이 빠지고 있다. 남북경협주, 그리고 한국 내수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촉진될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건설주가 그 자리를 이어 받았지만 일회성 요인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