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4개월동안 벌써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에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정상회담을 할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게 될 북핵 폐기를 위해서 분투(奮鬪)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 시비를 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북정책과 남북회담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국민적 합의를 기반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동맹의 균열이나 남남갈등은 정책의 추동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라는 통일전선전략에 악용될 수도 있다. 특히 남북회담에 있어서는 한미동맹의 균열보다 ‘남남갈등’이 더욱 위험하다. 한미갈등은 기본적으로 양국의 이해관계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남남갈등은 통일의 주체인 국민들의 북한정권에 대한 인식·이념·전략의 차이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5월 10일 취임식에서 “오늘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국정운영의 동반자인 ‘야당과의 협치’를 강조하면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하여 대통령이 직접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처럼 문대통령의 초심(初心)은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대통령이 취임한지 아직 1년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초심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국민의 생존에 직결되어 있는 대북정책과 남북대화에 대한 청와대의 행태는 철저히 일방통행이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야당 및 보수진영과의 협의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 청와대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야당대표와 국회의장단의 동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야당과는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비서실장을 통해서 갑자기 발표한 것은 진정성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야당을 ‘평화반대세력’으로 몰고 여당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 오죽하면 여당출신인 문희상 국회의장까지도 “청와대가 무례하다”고 비판하면서 국회의장단의 동행을 거절하였겠는가? 청와대의 일방적 발표는 진정성을 가지고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서 인정하고 협력을 구하는 자세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다음 날 또 다시 국회와 야당을 향해 “민족사적 대의 앞에 당리당략(黨利黨略)을 거두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야당의 거절을 ‘당리당략’이라고 비판하면서 동참할 것을 계속 압박한 것이다. 이는 야당과 협치를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며 또 다른 정략(政略)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남남갈등의 극복은 남북대화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함께 살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념과 체제가 다른 남북한 간의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 남북대화에는 적극적이면서도 남남대화에는 소극적인 청와대를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정권의 코드와 색깔만을 고집하면 안 된다. ‘남남통일’은 ‘남북통일’의 초석(礎石)이기 때문이다.

임시정부를 이끌었던 백범(白凡)이 분열된 독립운동단체들의 연대와 좌우익의 통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던 것처럼, 문대통령은 초심을 잃지 말고 보수와 진보의 대화, 여당과 야당의 협치를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독일의 통일도 서독 내부의 합의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