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아르헨티나 채권 금리는 60%까지 폭등했다. 그만큼 위험해졌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뒤집어서 생각하면 투자기회로도 볼 수 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그동안 저금리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흥시장의 고금리를 찾아 무분별하게 넘어 온 자금들이 많다. 지금은 거꾸로 신흥시장을 앞다투어 떠나야 되는 환경이 조성되어 당분간 매도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 8월 미국의 시간당 임금 상승률이 2.9%까지 상승했다. 목표치였던 2.0%를 훌쩍 넘은 수치다. 지금 미국은 월간 15만개 내지 20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훌륭한 숫자다. 이 정도면 신규 일자리가 경제활동인구 증가 속도를 상회한다. 즉 미국은 사람이 모자라는 상황이고, 그렇다면 앞으로 임금이 탄력적으로 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미국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더 빨리 올려야 하며, 이는 신흥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로 인해 과연 아르헨티나가 망할까? 그렇지 않다면 아르헨티나 채권은 횡재를 안겨 줄 수도 있다. 지금의 문제가 만일 아르헨티나 고유의 것이라면 채권가격이 폭락했어도 정말 위험하다. 그러나 이것은 신흥시장 전체의 문제다. 특히 지금 흔들리고 있는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 러시아, 인도네시아 모두가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자원 외교를 해 온 상대국들이다. 즉 이는 트럼프의 정치 보복의 성격을 내포하고 있는 바,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중국을 포함해 이들 신흥국들을 모두 때려 눕힌다면 할 말 없지만 그 전에 미국이 먼저 쇼크를 입을 공산이 크다. 결국 나중에 타협이 이뤄지고, 신흥국들의 채권가격 및 환율이 정상화되는 과정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단, 고위험 투자(high risk high return)이므로 여유 자금 중 일부만 투자를 하되 아직은 가격이 떨어지는 과정이므로 조금씩 분할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집시기는 미국 중간 선거가 있는 11월 전후가 적당해 보인다. 중간 선거 후 트럼프가 이기든, 지든 그의 갈등 만들기는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같은 논리로 폭락한 중국 주식도 접근해 볼 수 있다. 중국 본토주식은 올 1월 고점대비 25% 가량 하락한 상태다. 중국 투자자들은 대부분 단기 모멘텀을 보는 개인들이므로 거래량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주가는 하락했지만 매도세가 줄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부분이다.

외국인 투자자들 가운데 저점 매집에 가담하는 측도 보인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동안 중국 주식 비중이 미국 주식에 비해 너무 줄어들어 조절(rebalancing)해야 하는 수요도 있고, 크지는 않지만 중국 본토주식이 MSCI 지수에 편입된 데 따른 매수세도 있다.

당장은 중국 주식이 트럼프의 무역 갈등으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지만 좀 긴 관점에서 보면 트럼프가 시진핑이 원하는 것을 지금 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의 내수 규모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고,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미국의 신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은 중국에 물건을 팔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이 트럼프를 이유로 문을 걸어 잠글 수 있다면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보호 아래 더 빠르게 신경제 쪽에서 성장할 수 있다. 즉 시간이 갈수록 관세장벽이 필요한 것은 시진핑인데 트럼프가 그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다.

지금 미국이 중국을 쳤는데 중국이 버틴다면 그 이후 패권의 이동은 중국 쪽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위안화 가치의 탄력적인 반등도 기대할 수 있다. 나쁜 일이 생기면 얼마만큼 더 나빠질지 모르기 때문에 과매도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의 이기주의가 정당화되는데 한계가 있음을 감안할 때 가격이 폭락한 신흥국 자산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