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파커 J. 파머 지음 지음·글항아리 펴냄
인문·1만5천원

“나는 매일 모든 것의 끝자락에 가까이 다가간다. 물론 우리 모두는 그쪽을 향해 움직인다. (….) 우리 삶의 가장자리 바로 너머에 드리운 절벽은 무시하기가 어려워진다.”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중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글항아리)는 미국에서 완벽한 지성인이자 사회운동가로 존경받아온 파커 J. 파머(79)가 나이듦에 대해 탐구한 책이다. 파머는 UC버클리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수차례의 교수직 제안을 거절하고 사회 운동과 공동체 교육에 헌신하며 시민멘토로 추앙받았다. 그런 가운데서 자신의 목표와 현실의 괴리 사이를 배회하며 끝없이 고뇌하는 섬세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열번째 책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는 파머가 나이듦에 대해 쓴 에세이 24편과 자작시를 묶었다.

에세이들은 파머가 삶의 가장자리인 ‘나이듦’의 순간에 자신의 인생을 일곱가지 프리즘으로 굴절시켜 본 것들이다. 책의 부제가 ‘나이듦에 관한 일곱 가지 프리즘’이다. 이글을 통해 그는 모두 극복하기 어려운 험한 절벽을 뒤에 두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훈계나 교훈을 주기에 앞서 자신의 경험을 들려줌으로써 또래의 노인뿐 아니라 아직 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울림을 줘 각자가 자신의 경험에 그런 작업을 해보도록 북돋우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나이 드는 우리에게 ‘내 삶에 의미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매달리지 말라고 조언한다. 새와 나무가 삶에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듯,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파머는 “태양 아래 서서 나 자신과 타인들이 생명과 사랑으로 성숙해갈 수 있도록 돕기를 희망하면서 만물 가운데 하나로 최선을 다해 매 순간 살아간다”고 얘기한다.“노화라는 중력에 맞서 싸우지 않겠다. 최대한 협력하고 싶다”고 말한다. 파머는 나이듦에 협력할 때 얻게되는 경험들도 유쾌한 문체로 들려준다.

“나는 무엇인가. 내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내가 주의를 기울이는 것 모두가 나 자신이다. 어둠으로 내려앉는 것, 빛 속으로 다시 떠오르는 것 모두 나 자신이다. 배반과 충성심, 실패와 성공 모두 나 자신이다. 나는 나의 무지이고 통찰이며, 의심이고 확신이다. 또한 나의 두려움이고 희망이다.”

완전함과는 거리가 먼 생애 동안 마구잡이로 헤쳐온 오르막 내리막 길에서 삶은 여전히 최고 속도로 거칠게 펼쳐지고 있다. 붙잡고 싶은 욕망과 그로 인한 결핍은 공포를 자아낸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아름다운 것이 둘러싸고 있고, 늙었다는 것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뜻이므로 공공선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고 싶다는 욕망도 자아낸다. 이제 나이든 저자는 너그러움을 품고 그 안으로 시들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파머는 ‘현재 자기 모습 전체를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란 질문에 세 가지 방법을 내놓는다.

첫째 젊은 세대와 접촉하라. 그들에게 조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로부터 배우며 에너지를 얻고, 그들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원하라. 둘째, 당신이 두려워하는 모든 것을 회피하지 말고, 그것을 향해 움직여라. 벗어날 수 없다면 뛰어들라. 셋째,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자연에서 보내라. 자연은 모든 것에는 저마다의 자리가 있으며 어떤 것도 배제될 필요가 없음을 끊임없이 일깨워준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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