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종<BR>경북대 교수·노문학
▲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택시를 타다보면 민심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 4월과 5월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고, 6월에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되었을 때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그러나 시간과 더불어 남북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한국경제가 세간의 관심사로 대두하자 상황이 급변한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과 야당들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체하라고 이구동성으로 아우성친다. 나의 택시기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게 능사일까?!

지난 8월 26일 장 실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필연성과 당위성을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소비가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는 구조인데, 그 까닭은 경제성장이 소득증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과실(果實)을 국민 개개인이 아니라, 재벌이 대표하는 기업들이 거둬갔다는 얘기다. 더욱이 기업들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투자확대와 임금인상이 아니라, 사내유보금 형태로 유지하고 있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라 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불평등이 심화하여 내수확대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예컨대 2016년 기준 소득상위 10%와 하위 10% 노동자의 임금격차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가운데 세 번째에 해당한다. 1년 미만의 단기고용 노동자 비중도 2위에 기록될만큼 고용불안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상황에 대한 분석이 이 정도면 그에 상응하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것을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라 부른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방침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저소득층의 불안정한 고용과 미흡한 소득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실행되는 바람직한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인 셈이다. 보수언론과 야당들은 마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고 몰락하는 것처럼 호들갑떨면서 사태를 호도한다. 문제는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의 행악질과 로열티와 카드 수수료같은 것으로 갑질하는 은행과 재벌 대기업의 횡포, 정비되지 않은 각종 제도에 있다. 장 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성장이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대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혁신성장이 이뤄지면 양질의 일자리가 확충되고, 그 결과 개인과 가계의 소득이 늘어난다고 한다. 따라서 소득주도 성장정책과 혁신성장은 쥐포의 양면처럼 분리 불가능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희망처럼 일자리가 늘어나고, 저소득층의 수입이 증대한다면, 내수도 살아나고 경기가 활성화됨으로써 경제도 성장하는 선순환구조가 안착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조금 여유를 가지고 인내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분한 눈과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지금’과 ‘여기’에 함몰되어 4대강 사업같은 토건으로 단기적인 성장을 꾀하거나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남발함으로써 ‘언 발에 물을 부은’ 전임 정권들과 달리 정해진 정책기조를 밀고 나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도 미덕 아닐까. 이와 아울러 ‘상가임대차보호법’ 같은 민생법안은 놔둔 채 입으로만 민생을 외치고, 건물주 이익옹호에 앞장서는 파렴치한 야당의 행태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시아 경기대회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황의조를 발탁했을 때 얼마나 많은 비난과 욕설이 난무했는가?! 그가 우즈베키스탄 전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입을 다물었다. 조금만 여유롭고 관대하게 세상을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 간절한 아침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