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2분기 가계동향조사’
하위층 1분위 가구 소득
작년보다 16% 감소
고소득층과 ‘5배’ 차이
빈부격차 ‘역대 최악’
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등
저소득층 중심 타격 커

중산층이 무너지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최악의 고용 한파로 근로자 가구 비율이 큰 폭으로 줄면서 중위소득 이하 가구의 사업소득이 줄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하위층이 더 고통을 겪고 있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가구(2인이상·명목)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51만8천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9%나 감소했다.

이는 1분기(-13.3%) 때보다 감소 폭이 더 커진 것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상위 40%를 제외하고 모든 소득 계층의 소득이 줄어들었다. 자영업이 위축되면서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위 소득층까지 소득 감소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다.

통계청은 가계소득을 근로소득(근로 대가로 받은 소득), 사업소득(자영사업을 통한 소득), 재산소득(이자·배당금), 이전소득(다른 가구나 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소득)으로 구분해 집계하는데 근로소득은 전체 소득의 65% 수준으로 가장 비중이 크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큰 폭으로 줄면서 전체 소득도 7.6%나 줄었다. 해당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올해 1분기(-8.0%)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영향으로 근로소득이 이전소득(59만5천원)을 밑도는 현상도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이어졌다.

빈곤층의 근로소득이 반년째 역대 ‘최악’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최근의 고용 한파가 주로 서민 일자리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탓에 가구 소득 자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5분위는 임금 상승폭이 확대되고 고용증가로 소득이 늘며 격차를 더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층 자료에서 2분기 기준 소득 상위 20%(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소득 하위 20%(1분위)의 5.23배로 나타났다.

1년 전 4.73배와 비교하면 0.5포인트나 높아졌다.

1분위 소득은 감소하고 반대로 5분위 소득은 증가하며 2분기 기준으로는 2008년(5.24배) 후 소득 격차가 가장 커졌다.

올해 1분기 이 배율은 5.95배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나쁜 수치다.

정부는 1분위 소득 감소의 원인으로 일단 고령화를 꼽았다.

일하는 이가 적고 소득도 낮은 고령층 가구가 1분위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보다 더 커졌다는 것이다.

1분위 내 70대 이상 가구주의 비중은 작년 2분기 35.5%였지만 올해 2분기 41.2%로 5.7%포인트 늘어났다.

지난달 대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9만명 늘어난 반면 고졸 취업자는 28만8천명 줄어들어 일자리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일자리 부진이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상용직보다는 임시·일용직에서 뚜렷하게 나타나 서민층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줬다.

고용부진도 1분위 소득 악화 요인으로 꼽혔다.

1분위 비중이 높은 도소매·숙박음식업에 종사하는 임시일용직 고용이 축소됐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도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적 시행이 1분위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정책 의도와는 다르게 소득이 낮은 계층을 중심으로 타격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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