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땀방울이 희망의 꽃으로 새마을운동가 구술 채록
④ 김선애 전 경상북도새마을부녀회장(下)

▲ 김선애 전 경북도새마을부녀회장이 젊은이들에게 새마을운동 지도자의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 김선애 전 경북도새마을부녀회장이 젊은이들에게 새마을운동 지도자의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 새마을알뜰벼룩장터를 만들다

구미시 새마을부녀회장을 2006년 맡게 된 이후 당시 남유진 구미시장의 권유로 알뜰벼룩장터를 만들게 됐어요.

재사용이 가능한 물건들이 너무 쉽게 버려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아보자는 취지였죠. 한마디로 ‘아나바다’운동이죠. 그런데 남 시장님이 물건 가격은 무조선 1천원 이상은 안된다고 못을 박았어요. 가격이 너무 저렴하니까 사실 하기가 쉽지 않았죠. 시장님과 가격 절충을 해야했어요. 다른 곳에서 열리는 벼룩장터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대구 두류공원, 서울 뚝섬 같은 곳에 다녀왔었어요. 그 곳에서는 전부 가격이 자율에 맡겨져 있더라구요. 그런 내용들을 몇번이나 시장님에게 건의했는데 정말 씨알도 안먹혔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2007년 처음으로 새마을알뜰벼룩장터를 열었어요. 제법 괜찮은 물건들도 나왔어요. 그런데 괜찮은 물건도 조금 못한 물건도 모두 1천원이니까 파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거에요.

국수 같은 음식도 1천원, 옷도 1천원, 장남감도 1천원이니 파는 사람들이 힘들어하죠. 국수를 팔기 위해서도 면을 뽑고 육수를 준비하려면 적어도 3일은 걸리는데 말이에요. 나중에 알았는데 그래서 새마을부녀회에다 그 일을 맡긴거에요. 다른 단체에서는 그렇게 못하니까. 손해보면서 누가 하려고 하겠어요. 오롯이 봉사라고 생각하고 해야하는 일이에요. 처음 그렇게 고생했어도 계속 열리고 하니까 어느정도 기틀이 잡히기 시작하더라구요.

지금도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 시청 후면 주차장에서 열리고 있어요. 구미에 오면 꼭 한번은 가봐야 하는 곳으로 추천하고 싶어요.

새마을운동으로 단 한푼도 벌어본 적 없어

잘못된 언론 이야기로 젊은 세대들이 오해

젊은 지도자 나와 기성세대 이끌어줘야

젊은이들에게 지도자의 기회를 줘야

새마을운동이 더 활기차게 될 것

△ 아무리 어려워도 남 탓은 하지말자

부녀회장이 되고 나서 해외에도 몇 번 나가게 됐어요. 당시 새마을세계화운동이 한창이었거든요.

간혹 해외 나가서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우리가 놀러가는게 아니잖아요. 정말 안가보면 몰라요. 얼마나 열악한 곳에 가는지를. 한번은 몽골 수와바트라에 가는데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로 13시간을 이동해요. 그런데 길도 비포장이고, 먼지가 버스 안으로 막 들어와요.

버스 안에 있는데 바닥에서 먼지가 막 올라오더라구요. 당시 하얀옷을 입고 갔었는데 아주 까맣게 되기도 했어요. 천으로 입도 가리고 가야할 정도였죠. 그렇게 어렵게 도착하니 밤이 됐더라구요. 근데 허허벌판에 길 위에서 잠을 자야했어요.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맨 땅바닥에 누워 자는거에요.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머리는 먼지로 다 엉켜있고.

처음에는 ‘나를 이런 곳에 대체 왜 데려왔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너무 힘드니까 남 탓을 했던거죠. 그러다 하늘을 봤는데 정말 별이 곧 쏟아져 내릴 것만 같더라구요. 그렇게 한동안 별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여기 온 것도 다 이유가 있겠지. 남 탓을 하지 말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생각한 ‘남 탓을 하지 말자’가 지금 저의 좌우명이에요.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면 내가 노력을 더 해서 끌고 가면 되는거다. 그렇게 믿고 살아가고 있어요.

아무튼 그때 그런 마음이 생기니까 불평불만도 없어지고, 일을 더 열심히 했어요. 당시 말도 안통하고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라 허둥대기도 했지만 뭐라도 하려고 하는 나를 보면서 그 사람들도 마음을 열어주는게 느껴졌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나에겐 큰 가르침을 받게 해 준 고마운 곳이에요.

▲ 새마을세계화사업으로 네팔을 방문했을 당시 친해진 지역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김선애 회장 제공
▲ 새마을세계화사업으로 네팔을 방문했을 당시 친해진 지역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김선애 회장 제공
△ 젊은 세대에게 새마을운동의 기회를 주어야

언젠가 언론에서 새마을은 지금까지 장사를 많이 했으니 이제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봤어요. 하지만 이건 정말 잘못된 말이에요. 나부터 새마을운동으로 단돈 100원도 벌어본 적이 없어요. 구미시부녀회장 할적에 500만원, 경북도부녀회장 할적에 1천만원의 돈을 내면서 했어요.

언론에서 알지도 못하면서 막 떠들어대니까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새마을운동을 오해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사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어떻게 새마을운동에 대해 알 수 있겠어요.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그리고 새마을운동과 그 정신은 옆에서 누가 교육한다고 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새마을운동 자체가 생활이 되어야하는 거죠. 새마을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식구들은 새마을운동에 대해 잘 알아요. 옆에서 항상 보는 거니까. 새마을운동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모르죠. 그런 와중에 기성 세대라는 사람들은 “옛날에 우리는 어떻게 했다. 정말 어려운 시절이었다”라고 말을 하는데 그걸 경험하지 못한 지금 젊은 세대들이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그냥 마지못해 듣고 흘리는거지.

새마을운동이 앞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잘 전달이 되려면 기성 세대가 생각을 열어야해요. 젊은 세대들에게 기회를 주어야해요.

젊은 세대들이 봉사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거에요. 사실 부녀회장만 해도 어른들, 즉 나이든 분들만 하게끔 하거든요. 젊은 사람들에게 지도자의 자리를 주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새마을운동의 지도자로서 책임감도 가질 수 있을 거고, 직접 해 봄으로서 새마을운동이 이런 것이라는걸 알게 되겠죠.

새마을지도자가 꼭 나이가 든 사람이 할 필요가 없어요. 항상 앞장서서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하는 자리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면 지금보다 더 활기찬 새마을운동이 될거라 믿어요.

그렇다고 기성 세대가 물러나라는 소리는 아니에요. 옆에서 조언을 해주면 되는거니까. 이제는 젊은 새마을지도자가 나이 든 회원들을 이끌면서 봉사하는 그런 모습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럴 수 있다면 새마을운동의 종주도시인 구미에서 그런 모습이 제일 먼저 나오길 바래요.

▲ 몽골을 방문했을 당시 원주민과 함께 찍은 사진. 열악한 여건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 몽골을 방문했을 당시 원주민과 함께 찍은 사진. 열악한 여건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전했다.

△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가장 해 주고 싶은 말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에요. 옛날에는 배고픔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잖아요.

전 배고픔을 아는 세대는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풍족하진 못했다는 거에요. 저보다 앞의 세대가 배고픔을 겪은 세대죠.

그런 세대들이 힘들게 노력한 덕분에 저의 세대는 배고픔을 모르고 자랐고, 지금의 세대는 먹는거에 있어서는 넘치는 세대가 된거죠. 하지만 사람이 먹는것만 해결된다고 사는게 아니잖아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혼족이니, 혼밥, 혼술을 한다고 들었어요. 혼자 하는거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그렇더라구요.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동물이 아니잖아요. 사회적 활동을 해야만 하는 동물이고, 그래야 성취감도 생기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젊은이들이 이젠 그만 인터넷 가상세계 이런 곳에서 벗어나 사회로 나왔으면 해요. 그리고 그 사회로 나오는 길목에 새마을운동이 있었으면 하구요.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이제 젊은이들이 지도자가 되어 어른들과 함께 손잡고 지역사회와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하면서 이 사회를 이끌어 주었으면해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젊은이들의 뜻이 갈 수 있는 길이 새마을이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들도 많은 것을 내려 놓아야하구요. 새마을운동이 뭐에요. 국민운동이에요. 누구나가 할 수 있는거에요. 젊은이들도 새마을운동이 나쁘다 좋다 말로만 하지말고 몸소 한번 실천을 해보고 새마을운동에 대해 이야기해야 되는 거에요.

새마을운동이 봉사로 세대간의 격차를 줄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새마을운동의 옛 구호 ‘잘살아보세, 잘살아보세’처럼 모두가 잘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구미/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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