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증시에는 두 종류의 참여자가 있다. 가치투자자, 그리고 모멘텀 트레이더로 나눌 수 있다. 시장에는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로 착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할 때 사고, 오를 때 판다고 해서 모두 가치투자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투자자는 딱 한 명 본 것같다. 가치투자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가치투자자는 투자대상의 절대가치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교만한 분들이다. 일반 시장참여자들은 절대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조그만 사건에도 공포를 느껴 과잉행동을 하고, 그래서 그들과 반대로 가서 차익을 얻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주가가 장기적으로 자신이 정해 놓은 내재가치로 회귀할 것을 믿고 기다리는 편이다.

따라서 그들은 주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적은 단순한 투자대상을 선택한다. 그래서 워렌 버핏도 도입기나 성숙기에 있는 종목보다는 늙은 주식을 선호한다. 그가 애플에 이제서야 투자하는 이유도 애플에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를 하려면 투자대상과 관련된 내용을 통달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가치투자는 기본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요즘은 더 어려워진 것같다. 먼저 대부분의 금융자산에 가격 거품이 생겨 절대가치 측면에서 매력적인 투자대상을 찾아 보기 어렵다. 또한 펀더멘탈한 요인 이외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정치적인 갈등을 비롯해 혼란을 야기하는 변수들이 증가하고 있다.

증시에서는 가치투자가 마치 ‘투자의 정석’처럼 인식되어 있으나 오해다. 물론 가격이 하락한 주식을 사면 어느 정도의 안전 마진(safety margin)이 확보되는 부분은 있다. 그러나 언제 팔아야 할지 몰라 차익을 장담할 수 없다. 특히 주가가 하락한 배경에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즉 모든 자산 가격이 평균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며 자신이 정한 적정 내재가치가 시간이 흐르며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가치투자는 특이한 유형의 전문가 영역이다.

반면 모멘텀 트레이더는 시장이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인다. 또 좋은 일이 생긴 종목에는 더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추세를 따른다는 입장이다. 부화뇌동한다는 비판도 받지만 검증된 투자 아이디어를 따르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안전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증시 참여자들의 대부분이 이런 스타일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모멘텀의 나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추세가 너무 늙기 전에 빠져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모멘텀 관련 잠재 시장규모를 추정해 보고, 어느 수준까지 전개되었는지 파악한다. 즉 얼마나 더 좋은 뉴스가 나올 수 있을지 점검해 보는 것이다. 진입장벽과 대체재의 등장 가능성도 감안한다. 그리고 투자대상이 이 시장에서 얼마나 차별성을 갖고 점유율을 지켜갈 수 있을지 가늠한다. 이런 과정들에 있어 가치투자만큼 정교한 수치화가 요구되지 않는다. 즉 약간의 오차가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

모멘텀 투자에서 투자자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첫째, 너무 작은 모멘텀을 쫓는 경우다. 가급적 길게 진행되는 커다란 모멘텀이 나이를 파악하는데 수월하다. 둘째, 공부를 하지 않고 주가만 따라다니는 경우다. 남보다 먼저 추세를 보거나 빠져 나오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셋째, 모멘텀의 나이가 아직 어린데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너무 일찍 파는 경우다. 웨렌 버핏도 1966년 디즈니를 4달러에 사서 이듬해 6달러에 매도했다. 50% 차익을 남겼다. 그러나 지금은 170달러다. 가치투자자가 모멘텀 플레이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원래 모멘텀 트레이더는 단기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경제가 가고 신경제가 오는 국면에서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굵직한 모멘텀들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실수들만 피하면 좋은 모멘텀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