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획취재
철강도시 포항 문화예술도시로 가는 길

▲ 지난 4월 ‘2018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맞아 방문객들이 슈퍼 디자인 쇼를 관람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 제공
▲ 지난 4월 ‘2018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맞아 방문객들이 슈퍼 디자인 쇼를 관람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 제공

글 싣는 순서

1. 밀라노 예술가들의 성지 ‘토르토나’의 탄생
2. 이탈리아 넘어 세계 최고를 꿈꾸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
3. ‘두마리 토끼 한 번에’ 순천 문화의 거리
4. 포항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에서 가능성을 보다
5. 자생적 문화생태계 구축을 향해 가야할 길

□ 토르토나 지구를 문화예술지구로 만들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화려한 패션과 명품거리로 대변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돼 있다.

여느 성공한 도시와 마찬가지로 패션 1번지 밀라노가 오늘에 이르기까지는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이 존재했다.

밀라노라는 도시가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패션 1번지였고 100년, 200년 뒤에도 아무 노력없이 패션 1번지 자리를 사수할 수 있다면 언급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다.

이처럼 오늘날 밀라노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기업이 있다.

이탈리아 최고의 문화예술기업 슈퍼 스튜디오 그룹(Super Studio Group)이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은 1983년 슈퍼 스튜디오 13(Super Studio 13)이라는 이름으로 토르토나 지구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슈퍼 스튜디오 13은 오픈당시 사진작가, 미술감독, 패션디자이너, 홍보전문가 등 문화예술산업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춘 사진스튜디오 13개로 구성됐다.

독립적인 시설인 개별 스튜디오에 의상실, 분장실, 음향장비 등을 갖췄고 작품제작, 사진촬영, 홍보활동 등 모든 작업이 한 번에 가능했다.

불과 2∼3년 만에 유명세가 퍼지면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가들이 이 스튜디오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슈퍼 스튜디오 13은 세계 예술산업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 공동창업자인 플라비우 루치니(Flavio Lucchini)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밀라노에서 유명한 사진작가를 모아 이들을 키워내기 위한 장소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그런데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듭하면서 우리는 밀라노를 국제적인 패션도시로 만드는데 마중물이 되기로 하고 또다른 벽을 넘어서는 도전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 글로벌기업들이 슈퍼 디자인 쇼에 출품한 예술작품들이 전시장에 전시돼 있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 제공
▲ 글로벌기업들이 슈퍼 디자인 쇼에 출품한 예술작품들이 전시장에 전시돼 있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 제공

□ 복합문화예술공간 ‘슈퍼 스튜디오 피우’

슈퍼 스튜디오 13이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전시회, 예술교육, 체험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예술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 공동창업자인 플라비우 루치니와 지셀라 보리올리(Gisella Borioli)는 패션, 커뮤니케이션, 창조영역의 필요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체계적인 공간을 밀라노에 제공하고자 했다.

이에 그들은 슈퍼 스튜디오 13에서 200여m 떨어진 장소에서 생산공장을 가동했던 미국계 전기조명업체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이 떠난 폐공장부지 1만7천㎡를 매입해 슈퍼 스튜디오 피우(Super Studio Piu)를 만들었다.

슈퍼 스튜디오 피우는 현대적이고 다재다능하고 횡단하는 멀티 장소이자 패션, 예술,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문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활발한 사람들과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한 밀라노 패션 위크(Milano Fashion Week),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o Design Week)로 대표되는 각종 행사, 전시회, 컨벤션, 박람회 등 대규모 행사 개최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내 파티, 동호회 모임, 댄스공연 등 비공식적이고 소규모로 치러지는 행사를 위한 장소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크기가 다른 공간들은 가구, 자동차, 광고 영화, TV촬영 등 어떤 종류의 서비스든 넓고 편안한 공간이 필요한 곳에 딱 맞는 공간이며 트럭형 입구 형태라 접근하기도 용이하다.

 

□ ‘세계적 기업이 한 곳에’ 지상 최대 디자인 쇼

슈퍼 스튜디오 그룹은 매년 4월 개최되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o Design Week)에서도 자신들의 진가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약 1주일간 진행되는 이 전시회에서 슈퍼 스튜디오 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슈퍼 디자인 쇼(Super Design Show)라는 단독행사를 마련해 디자인 위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슈퍼 디자인 쇼는 예술과 디자인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크고 작은 글로벌기업의 제품을 새롭게 디자인하며 상품가치를 창출하는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다.

이탈리아 자국 기업 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중국, 프랑스, 덴마크, 일본, 벨기에, 영국 등 세계 20여개국에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기업들이 저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작품을 출품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과 LG가 슈퍼 디자인 쇼에 참여해 국가 위상을 드높였다.

시대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이 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2천명이 넘는 기자와 1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고 있으며 불과 4년 만에 지상 최대의 디자인 쇼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치아라 페렐라 팔다(Chiara Ferella Falda) 슈퍼 스튜디오 홍보팀장은 “세계 트렌드를 이끄는 이탈리아 밀라노이지만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없이 결과를 기대한다면 그 상태 그대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며 “지금까지도 충분히 성공적인 쇼를 보여줬지만 앞으로도 더욱 뛰어난 쇼를 만들기 위해 인도, 러시아, UAE 등 이전까지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의 기업을 유치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셀라 보리올리
슈퍼 스튜디오 그룹 창업자 인터뷰

비전과 진심을 팔아라
장기적 투자 바탕으로
창작활동에 매진하라

포항 꿈틀로,
한국의 밀라노로
재탄생할 것

모두가 안된다고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불가능해 보였던 도전을 성공적인 결과로 이끌어낸 그들은 이제 신화로 남게 됐다. 이탈리아 최고의 문화예술기업 슈퍼 스튜디오 그룹(Super Studio Group) 공동창업자인 지셀라 보리올리(Gisella Borioli·사진) 대표와 남편 플라비우 루치니(Flavio Lucchini)씨의 이야기다.

이탈리아의 유명 잡지 클래스(Class)가 선정한 이탈리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꼽힌 보리올리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나눠봤다.

- 슈퍼 스튜디오 그룹의 창업배경은

△남편이 패션잡지 보그(Vogue)의 창간인이자 편집장이었고 나 또한 패션관련 리포터로 근무하고 있어 패션, 예술, 디자인 등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패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머리를 맞댄 결과 작품제작, 사진촬영, 전시회, 예술가양성 등 모든 과정을 한 곳에 모은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실행을 하기에는 부담이 컸다.

주어진 돈이 많지 않았는데 밀라노 도심의 건물은 입주비용이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이다. 적당한 공간을 찾다보니 토르토나(Tortona)라는 옛 공장지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폐허에 가까운 곳이었지만 근처에 기차역이 있어 교통이 좋았고 건물임대료도 매우 저렴했다. 그리하여 슈퍼 스튜디오 그룹의 원조인 슈퍼 스튜디오 13(Super Studio 13)을 설립했는데 이곳에는 사진촬영공간, 의상실, 예술인 양성학교 등이 마련됐다.

 

▲ 글로벌기업들이 슈퍼 디자인 쇼에 출품한 예술작품들이 전시장에 전시돼 있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 제공
▲ 글로벌기업들이 슈퍼 디자인 쇼에 출품한 예술작품들이 전시장에 전시돼 있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 제공

- 슈퍼 스튜디오 그룹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문화예술기업으로서 명성을 얻게 된 계기는

△1999년 토르토나 구역 내에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 공장 부지가 매각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원과 테라스, 야외공간, 사무실, 창고가 있는 1만7천㎡의 넓은 공간이었지만 매각대금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은행에 대출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비즈니스 계획이 없다며 거절당했다.

고민 끝에 투자설명회를 열어 당시 3천만유로라는 많은 투자금을 모았다.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비전을 팔았고 그 진심이 통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매입한 건물에는 슈퍼 스튜디오 피우(Super Studio Piu)를 세웠다. 단순히 예술활동 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예술, 패션,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등이 모두 가능한 복합예술문화공간이 탄생했다.

슈퍼 스튜디오 피우가 설립된 이후 토르토나에도 변화가 생겼다. 아르마니(Armani), 펜디(Fendi) 등 유명 패션브랜드들이 줄지어 이곳에 쇼룸을 만들었고 크고 작은 공방들도 들어왔다. 오직 토르토나 만을 위해 일하는 컨설팅업체 토르토나 로케이션스(Tortona Locations)의 역할도 토르토나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 슈퍼 스튜디오 그룹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포항 ‘꿈틀로’에 조언을 부탁드리자면

△슈퍼 스튜디오 그룹을 처음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4가지가 있다.

엄격한 작품선정, 최상의 품질, 혁신적인 요소, 미적인 아름다움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모든 것의 가장 끝부분에 연결돼 있는 단어는 예술이다. 아무리 뛰어난 쇼여도 예술적인 요소가 결여돼 있다면 그것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슈퍼 스튜디오 그룹은 밀라노를 제작의 공간에서 창조의 공간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기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인내심을 갖고 창작활동에 매진한다면 꿈틀로도 포항이라는 도시를 창조의 공간으로 충분히 탈바꿈시킬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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