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서예가
▲ 강희룡서예가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기르지는 않는다. 대부분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다. 그러나 곡식 생산이 위주였던 예전 농경사회에서는 고양이를 키우는 목적이 이와 달랐다. 곡식을 훔쳐 먹는 쥐를 잡기 위해 키웠다. 농경사회를 살았던 우리의 선인들은 자신들의 생활에 큰 이로움을 주는 고양이와 관련된 글을 종종 남겼다.

조선중기 학자 송암 권호문은 송암집에 ‘고양이를 기르는 데 대한 설(畜猫說)’을 지었다. 송암은 본디 가난해 창고에 쌓아놓은 곡식이 없기 때문에 쥐로부터 해를 당할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가을에 추수를 마치고 곡식을 쌓아놓자 뭇 쥐들이 갑자기 모여들어 들보 위에서 시끄럽게 돌아다니거나 옷을 잘게 썰어 구멍을 뚫어놓기도 하고, 곡식을 훔쳐서 자신들의 소굴로 가져가 그 피해가 막심했다. 이에 이웃집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얻어 와서 기른 지 몇 달이 지나자 고양이는 쥐를 잘 잡았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쥐는 석서(碩鼠)로 아주 큰 쥐를 말한다.

또한 송암은 이 글에서 관리가 되어 나라에서 주는 녹봉으로 호의호식하며 고양이의 역할을 해야 할 자들이 쥐를 제거하지 않고 자신의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며 스스로 쥐가 되어 백성들에게 갑질을 하며 폐해를 끼치는 고관에 대해 ‘대개 짐승의 몸으로 사람의 마음을 가진 자도 있으며, 사람의 얼굴로 짐승의 마음을 가진 자도 있는 법이다. 이 세상에는 사람의 얼굴로 쥐새끼같은 짓을 하는 공직자들이 넘쳐난다’며 부패한 벼슬아치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개탄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쥐의 세계에서는 그 어느 쥐도 상대가 안 될 ‘뉴트리아급’의 큰 쥐 무리가 널려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고양이가 큰 쥐로 변해있다. 국민에게 해독만 끼쳐 비난을 받는 이런 쥐로 변한 고양이라면 국민 누구나 마음껏 비난해도 괜찮고 심지어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다. 하찮은 잘못을 저지른 쥐만 잡을 경우 제아무리 많이 잡더라도 나라의 기강을 세울 수가 없다. 나라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서는 큰 권력을 가지고 부정부패를 저질러, 국민의 삶에 막대한 해독을 끼친 모든 석서를 색출해 없애야 한다.

지금까지 연간 62억원의 국회 특별활동비는 국회의원들의 쌈짓돈으로 논란을 빚었다. 자식 유학비로까지 쓰이는 이 정의롭지 못한 특활비를 국민 눈높이에 맞춰 완전히 폐지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결정을 놓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의정사에 남을 쾌거를 결단 내렸다.’라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특활비 문제에 여야 간 완전히 폐지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특활비 폐지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제도의 일면을 걷어낼 수 있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대립과 반목 속에 소모적 정쟁만 일삼던 정치권이 모처럼 의기투합해 손잡고 의장과 거대 여야 원내대표들이 정치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사실에 국민들도 만족스러워 했다.

허나 불과 몇 시간 후 특활비 전면 폐지가 아니라, 교섭단체 몫의 특활비는 폐지하되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회 특활비는 절반 정도 삭감해 양성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꼼수 폐지’ 논란이 여론의 거센 역풍을 맞았다. 여론에 굴복한 국회의장은 국회 특활비를 100% 폐지하라고 지시했으나 의장단 특활비에 한해 최소한의 경비만 남기는 쪽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세간에 알려진 200가지가 넘는다는 특권과 온갖 비리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회는 한 여론조사에서 의원들의 신뢰도는 3%를 넘지 못한다고 한다. 학연, 지연에 얽매어 염치의 회복과는 거리가 먼 지탄을 받고 있는 이들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선진국 진입은 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