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지분 전환
배관용에서 사업 확대
“대기업이 골목상권 침해”
중소 제조업체들 울상

세아제강이 동아스틸을 전격 인수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동아스틸이 지난 1일자로 세아제강 계열사로 편입됐다는 것. 세아제강이 엘케이파트너스대부(LKPartners)를 통해 매입한 약 530억원의 동아스틸 부실대출채권(NPL)을 지난달말로 지분 전환된 것이다.

동아스틸은 부산과 광양에 공장을 둔 구조관 전문 업체로 주로 건축물의 외관에 사용되는 구조용 각관과 건축물 내·외부용 인테리어 강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품목은 1인치 미만부터 7인치까지의 강관제품이 대부분이다. 또 기계구조용 강관 등 특수 품목도 일부 생산하고 있어 현재 구조관 시장에 진입해 있는 업체 중 상품 구성이 가장 다양해 이른바 ‘골목상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구조관의 경우 제조기술의 요구 수준이 높지 않고, 진입장벽이 낮은 품목이어서 중소기업들이 제품의 생산과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또 철강 관련 산업에서 가장 많은 제조업체가 등록된 대표적 골목상권으로 분류된다.

세아제강은 이번 동아스틸 인수로 주력품목인 배관용 강관을 넘어 중소기업의 구조관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세아제강의 구조관 강화는 부산·광양에 공장을 둔 동아스틸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동아스틸의 법정관리가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에는 해당 기업의 경영권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지난 7년여간 영업2팀을 활용해 구조관 관련 영업망을 구축해 왔고, 소규모 업체들의 임가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키워 온 만큼 판매망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일부 유통업체는 세아제강의 구조관 단가가 중소업체 대비 2~4% 저렴하게 제시되는 등 저가 판매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구조관 중소 제조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영세 구조관 업체들은 “세아제강의 동아스틸 인수로 골목상권까지 내주게 생겨 이제 고사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영세업체들은 그동안 중국산 수입품과 가격경쟁하는 것도 벅찬데 세아제강의 위협까지 받게 됐다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실상 가격경쟁에서 밀리면 대부분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제품 생산비 중 원자재 가격 비중이 높은 구조관업종 특성상 대량의 원자재를 저가에 구매하는 세아제강과 경쟁할 수 있는 중소업체는 거의 없다.

중소 구조관업체 관계자는 “원자재의 가격 경쟁력이 없는 중소업체가 세아제강과 경쟁하려면 제조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적자를 보면서도 설비 가동을 위해 제품을 판매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 결국 중소업체들끼리 물고 물리는 치킨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은 이미 예견된 일이지 않느냐”며 “중소업체들도 특화된 전략과 설비개선으로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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