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BR>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먹구름보다야 맑은 하늘이 반갑다. 시커먼 구름장 하늘보다 시원하게 뚫린 파란 하늘이 늘 좋았다. 그런데 폭염을 지나며 비구름이 그립다. 흐르는 땀방울에 소낙비가 기다려진다. 마침 예보에는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뿌린다고 한다. 맑은 하늘이 늘 좋기만 한 것이 아닌 것은 그것이 찜통같은 무더위와 함께 왔기 때문일 것이다. 먹구름이 늘 싫지만 않은 것은 그칠 줄 모르는 폭서의 한 가운데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보에는 소나기가 무더위를 물리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기다려진다. 한줄기 쏟아붓기를. 한나절 식혀 주기를. 내려 쬐는 뜨거운 햇발에는 만물이 녹아내릴 지경이다. 흘러내리는 땀줄기는 닦아내기도 지칠 모양이다. 잠시라도 쉬고 싶다. 순간이라도 잊고 싶다. 드맑은 하늘을. 끈적한 느낌을.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었었다. 나라를 잘못 이끄는 이를 국민이 뜻을 세워 몰아내었다. 가파른 뜻이었다. 빛나는 생각이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보통 사람들이었다. 이 나라의 주권은 그들에게 있었다. 자랑스러웠다. 기대가 높았다. 힘있고 돈있는 사람들 마음대로 굴러가던 나라가 이제는 보통 사람들 생각을 담아 움직일 것으로 생각하였다. 일방통행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더불어 나누며 나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그들만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들이 실릴 것으로 상상하였다. 떼거리가 휘젓는 나라가 아니라 작은 이들의 목소리도 들릴 것이었다. 폭넓은 사고와 정깊은 배려도 우리 사회에는 필요했다. 한방울 피흘림없이 정권이 내려오던 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였다. 시민이 권력을 이긴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일 년 남짓. 염천과 폭염을 만났다. 짜증스럽도록 버거운 무더위가 어쩌면 우리가 처한 자리를 그려내는 상징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한 번 바꾸었다가 다시 돌아간 기억도 있다. 아 정말 잘 할 수도 있었는데 무기력과 무능함으로 다시 빼앗겼던 상처가 있다. 그리고는 얼마나 오랫동안 힘들었던가. 이제는 배울 때도 되지 않았을까. 어느 편이든 어느 한자락 나아 보이지도 않는다. 자신들의 실력과 내공이 쌓여야 하고 능력은 스스로 내부에서 갖추어야 한다. 오른편이든 왼편이든 국민이 보기에 마뜩치 않다. 방금 힘을 잃은 당신들은 잘못 한 일들을 바닥부터 고칠 일이다. 케케묵은 구습을 고집하면서 소생의 기회를 노리는 일은 가당치 않다. 국민이 기억하고 있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사회이든 선한 가치를 지키는 보수의 생각이 든든해야 한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을 국민을 믿고 실력을 길러주기 바란다. 지금 모양으로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 그렇게는 안 된다.

진보는 어떠한가. 힘을 잃어버렸던 동안 내공을 실하게 쌓아왔는지 걱정스럽다. 조금씩 틈이 보이는 듯 국민은 조마조마하다. 높은 기대와 함께 국민이 맡겨준 힘이 아닌가. 나라의 인재를 두루 구하고 일거리마다 최선을 다하여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주시라. 국민만 바라보겠다던 다짐을 새롭게 하여, 보통사람이 안심하고 살아가는 나라를 만들어 주시라. 천만 촛불의 기대를 저버리지 마시라. 국민의 힘으로 몰아낸 자리에 참으로 국민을 섬기는 나라가 서겠는지 주시하고 있다.

나라와 지역이 폭염 속 날씨만큼 답답하고 안타깝다. 시원하게 국민을 위하여 일하는 모습들을 보고 싶다. 기대가 높았던 국민은 더위에 지치고 기다리다 지친다. 염천에 소나기만큼 시원한 리더십을 만나고 싶다. 폭염을 이기고 돌아온 국민에게 보란 듯이 펼쳐 주시라. 기다리던 소나기가 여기 있노라. 경제가 살고 사회가 안정되며 국제관계도 다시 살아나는 나라를 만들어 주시라. 입추가 지났다. 절기가 계절을 재촉한다. 기다리기도 버거울 판이다. 잘 이끌어 주길 바라고, 잘 준비해 주길 바란다. 한줄기 소나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