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 전해
“질서있는 퇴진 수반돼야”

숨겨둔 친딸(은처자·隱妻子)이 있다는 의혹을 받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사진) 스님이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용퇴 의사를 밝혔다며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8일 강조했다.

진제 스님은 이날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이 대독한 교시를 통해 “설정 스님은 항간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 유무를 떠나 종단의 화합과 안정을 위해 용퇴를 거듭 표명했다”고 밝혔다.

설정 스님의 퇴진과 관련해 진제 스님은 “종단제도권에서 엄중하고도 질서있는 명예로운 퇴진이 동시에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제 스님은 “우리 승가는 율장 정신을 받들어 종헌을 준수하고 종헌종법 질서 속에서 사부대중과 국민 여망에 부응해 여법하게 선거법에 의해 차기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 등은 직선제 도입 등을 주장하며 오는 23일 전국승려대회를 열 계획이다.

진제 스님은 최근 조계종의 혼란에 대해 “우리 승가는 국민에게 심대한 심려를 끼친 점을 매우 가슴 아파한다”며 “살을 저미고 뼈를 깎는 자정으로 구각을 벗고 국민의 뜻에 함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부대중은 시시비비의 속박에서 벗어나 상호 자성과 용서로써 수행 본분으로 돌아가 대화합의 장에서 다 함께 중지를 모아 불교 중흥의 대장정에 동참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종정은 종단의 신성을 상징하고 법통을 승계하는 자리로 최고의 권위와 지위를 가진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지도자이다.

한편, 설정 스님은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때부터 학력 위조와 사재산 축적, 은처자 의혹에 휩싸여 불교계 시민단체를 비롯해 원로회의, 전국선원수좌회, 교구본사주지협의회가 잇따라 사퇴를 요구해 왔다. 또한 40여 일간 조계사 일주문 옆에서 단식을 이어 가던 전 불국사 주지 설조 스님이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되자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설정 스님은 7일 유전자 검사를 위해 세포를 채취했다. 설정 스님은 은처자 의혹을 제기한 불교닷컴 이석만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유전자 채취는 재판 과정에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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