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주한동대 교수
▲ 김학주한동대 교수

미국의 지난 2분기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은 4.1%를 기록했다. 놀라운 숫자다. 그러나 증시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인위적인 부양 효과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추진한 감세 및 재정지출로 인해 미국은 매년 3천억달러씩 쏟아붓고 있다. 통화정책만으로는 양에 안 찼는지 정부가 직접 지출에 나선 것이다. 모두 빚이다. 그럼에도 지금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공공부채라는 점이다.

1929년 대공황 때는 기업부실이 문제였고, 2008년 리먼사태 당시는 금융기관 부실이 도화선이 되었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부실해질 때 공공부채로 전환하는데 지금은 이미 그런 상태라는 것이다. 과연 정부부채를 계속 늘려갈 수 있을까?

예전에 크루그먼은 백금주화를 발행해서 미국정부 부채 탕감을 제안했었다. ‘1조달러’라고 적힌 기념주화를 정부가 발행하고, 그것을 미국 중앙은행이 사주면 그만큼 정부부채가 줄어든다는 논리다. 이런 장난을 치면 결국 그 동안 정부가 돈을 찍어 공중에 뿌린 셈이 된다.

지금의 공공부채 증가는 통화가치에 대한 의심을 낳는다. 극단적인 인플레(hyper-inflation)의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인플레가 구체화되지 않았던 이유는 저성장으로 인해 돈이 실물투자로 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생산 자동화 및 로보틱스로 인한 노동자들의 협상력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또 금리하락으로 인해 가계부채 부담이 줄어든 것도 인플레를 누른 요인일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금리가 낮아질 수 없다면 사람들은 인건비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최근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있는 점은 주목해 볼만하다.

공공부채를 해결할 수 있을까? 성장하는 경제라면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만 지금 세계경제의 성장은 점점 더 둔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각국 정부는 부의 재분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럴수록 가진 자들은 저항할 것이다.

결국 제도권 경제에서 희망을 볼 수 없다면 민간위주의 경제 주체가 탄생할 것이다. 민족 중심의 국가 이외에 경제 중심의 새로운 공동체가 탄생하며 가상화폐도 활성화될 것이다. 또 그 전에 극단적인 인플레가 발생하며 금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나타날 줄 알았는데 트럼프의 과욕이 제도권 몰락과 민간경제의 도입을 앞당기는 것같다.

가상화폐 중심의 민간 경제가 효율적인 이유는 시스템 붕괴 위험이 작다는 점이다. 지금 세계는 글로벌화로 인해 얽혀있다. 하나가 고장나면 다른 지역에 전염된다. 반면 서로 독립적인 민간 시스템이 여러개 존재하면 하나가 부실해져도 해당 부실 경제의 참여자만 피해를 보고 정리되면 끝이다. 시장의 정화작용이 신속하게 이뤄진다.

만일 제도권이 유지된 채 공공부채가 해소되려면 신경제가 구경제를 빠르게 대체하며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줘야 한다. 트럼프의 정책이 실패로 판명되면 그동안 미뤄졌던 신경제를 살리기 위한 투자가 급물살을 탈 것이다.

신경제는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의 수집이 핵심이다. 여기서 가장 필요한 것은 데이터 저장을 위한 반도체와 대용량의 컴퓨터를 구동하는데 소요되는 전기다. 반도체의 경우 당장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중국 진입 및 기술의 진부화 등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다. 반면 2차전지 모멘텀은 아직 충분해 보인다.

최근 스마트폰 수요가 꺾였다. 기대만큼 스마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2차 전지 용량이 커지면 스마트폰 안에 더 많은 기능이 들어가서 훨씬 더 스마트해지고 새로운 수요를 몰고 올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이 고가폰에 높은 가격을 기꺼이 지불할 것이다. 지금은 OLED같은 고급 사양이 가격저항을 받고 있지만 2차전지가 개선되면 OLED 소재에 대한 모멘텀이 다시 생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