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서예가
▲ 강희룡서예가

지난달 22일 올라온 ‘23개월 아기가 폭행에 장이 끊어져 죽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달 25일 낮 12시 30분에 21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른바 아동폭행의 전형인 ‘성민이 사건’에 대한 청원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07년 5월 울산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던 23개월 이성민군이 소장 파열에 의한 복막염으로 사망하였다. 어린이집 원장 부부가 성민이의 복부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나 법원은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를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로 판단해 ‘업무상 과실치사’로 사건을 종결했다. 청원자는 오래된 사건이라 재수사는 어렵지만 아직도 계속 아이들이 학대와 사고로 죽어나가고 있음에도 이해할 수 없는 형량과 처벌을 받지도 않는 법들은 꼭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우리나라 아동복지법에 아동학대 관련 내용이 처음 포함된 것은 1999년 일명 ‘영훈이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1998년 발견 당시 6세였던 영훈이는 위장에 위액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등에는 다리미로 지진 화상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런 끔찍한 아동학대가 가정에서부터 어린이집, 유치원까지 지속적으로 지금까지 이 사회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18일 생후 11개월 된 영아가 보육교사에 의해 잠을 자지 않아 억지로 잠을 재우는 과정에서 아이를 엎드리게 한 채 이불을 씌운 상태에서 온몸으로 올라타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하루 전에는 폭염 속에 어린이집 통원 차량에 방치됐던 4살 아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국민의 공분과 세간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016년 복지부는 개정 ‘보육사업 안내’ 지침을 전국 지자체와 어린이집에 보내 따르도록 했다. 지침에는 통원차에 동승한 교사는 영·유아가 어린이집에 도착해 하차한 후 승하차 상황을 지체 없이 담임교사에게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아이들이 모두 내린 후 운전기사는 차 안을 한 번 더 점검하고 내리게 된다. 사전 연락 없이 아이가 등원하지 않으면 담임교사는 보호자에게 전화로 연락해 소재를 확인하고 확인되지 않을 경우 차량에 아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총체적으로 이 지침이 작동하지 않았다. 더 기막힌 것은 이 문제의 어린이집들이 모두 평가 인증에서 최고 등급인 ‘A등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린이집 사고가 발생하자 국회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관련 입법을 쏟아낸다. 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아이들의 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학버스에 의무 설치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슬리핑 차일드 체크’로 불리는 이 장치는 운전자가 버스 맨 뒷좌석까지 가서 특수 부착된 버튼을 눌러야 시동이 꺼지도록 한 장치다. 다른 의원들도 질세라 유사 입법에 나서고 있으나 뒷북을 지켜보는 여론은 따갑기만 하다. 2016년 7월 광주에서 4세 어린이가 유치원버스에 방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된 사건으로, 그 해 8월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후로도 비슷한 사건이 여섯 건이나 더 발생했지만 국회는 이 법을 처리하지 않았다. 소관 행정안전위는 그해 11월 자동차 관리 법령을 다루는 국토교통위로 떠넘겼고, 법안 심사 과정에서 시스템 탑재 논의는 건너뛰고 운전자가 어린이 하차 의무에 부주의할 경우 벌금 20만원을 부과하는 땜질 처방만 하고 넘어갔다.

자신의 책임으로부터 도망가지 않고, 이치와 도리를 지켜 직분을 다함으로써 이 사회는 밝아진다. 우리 스스로 눈앞의 이익과 편리 때문에 불합리를 묵인하고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아동학대죄 형량을 높여달라는 내용의 청원에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참했다. 이로써 한 달 내 이 청원에 대한 청와대 혹은 정부부처의 답변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