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영우기획취재부
▲ 황영우 기획취재부

‘민중의 지팡이’

이 두 어절이 흔히들 경찰을 표현한다.

이는 때로 경찰에게 자부심을, 한편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그만큼 시민이 경찰에게 의지하고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지난달 29일 새벽 4시 30분께 용감한 한 시민이 음주운전자와 때아닌 추격전을 벌였다. 이 추격전은 형산교차로에서 동해면사무소까지 아우르는 약 8㎞ 거리에 40여분 가까이 걸렸고 결국 이 음주운전자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경찰의 느긋한 대응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날 추격전에서 경찰은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추격을 한 나머지 절반도 채 못가 음주운전자를 놓쳐 버렸고 청림동 해병대 북문에서 순찰차 2대가 추격 의지를 잃은 채 대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음주도주범은 최고 시속 200㎞에 달하는 과속 운전, 면허정지 또는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상태, 전조등마저 끈 채 신호위반과 각종 교통법규를 위반해가며 광란의 질주극을 벌였다. 자칫하면 대형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마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음주운전자가 시민에게 붙잡히는 과정에서 과격하게 저항했다면 추가 피해도 날 수 있었던 상황. 지난 5월 각 경찰서에 배포된 ‘도주차량 추격 가이드라인’에서도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도주차량에는 도로봉쇄와 차량 전방 막기, 충돌을 통한 제지 등 방법이 명시돼 있다.

그러나 경찰은 적극성을 띄지 못했다. “차량 번호를 확인해 놓았다”라며 뒷짐을 진 모양새였다는 후문이다.

경찰은 “흉악범 등일 경우에만 차량 블로킹을 시도할 수 있다”며 해명을 했지만, 음주운전자의 위험천만한 도주 자체가 시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명백한 상황이 아닌지 반문하고 싶다.

최근 경찰은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 취임한 민갑룡 경찰청장과 임호선 경찰청 차장 등 경찰 1·2인자 모두 ‘수사권 조정’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경찰은 향후 수사권 확대 등 강력한 권한을 지니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경찰이 시민 입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면 몸집만 키우고 날카로운 이빨은 없는 그저그런 ‘공룡’에 지날지도 모른다. 경찰이 있는 대한민국은 평온하다. 하지만 평온함은 늘 만반의 준비 속에서만 진정 가능하다.

/hy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