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무더위의 연속이었다. 이처럼 더운 날들의 연속이 언제 또 있었을까. 한반도가 정말로 아열대가 되는 것일까. 날씨가 궁금하기는 해도, 주요뉴스가 되기는 드문 일이 아닐까. 지구온난화 탓에 생기는 일이라니 그저 견뎌야 하나. 더위를 식혀줄 소식이라도 한 자락 들려온다면 지친 마음이 쉬어갈 수 있을까. 사람이 만들어 내는 시원한 이벤트라도 한 마당 펼쳐진다면, 고단한 몸에 기운이 조금이라도 솟아오를까.

포항국제불빛축제. 폭염의 한 복판에 축제 마당이 펼쳐졌다.

힘들고 복잡한 일들이 켜켜이 쌓여 숨 쉴 겨를도 없는 판에 축제가 웬 소용일까.

그것도 이렇게 무더운 한 가운데서. 나라 안팎 소식들에도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뉴스가 드물지 않았나. 정치는 우리를 배반하기 일쑤이며 경제는 하루하루 삶을 허덕이게 한다. 사회면은 마음을 무너뜨리는 소식들로 가득하지 않은가.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가며, 우리는 어디로 가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득하기만 한데. 하지만, 힘든 날 가운데 쉬어가는 일이 필요하듯이, 지친 지역에는 축제 한 마당이 있어야 한다. 사람에게 격려와 칭찬이 힘이 되듯이, 지역공동체는 축제로 하나됨과 열정을 나눈다.

축제는 늘 싱싱해야 한다. 해마다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야 하며, 할 때마다 새로움으로 놀라와야 한다.

가던 길 다시 가는 것보다 늘쩍지근한 게 또 있을까. 포항 축제에서 화들짝 놀라고 싶었다. 축제 마당에서 까무러지도록 웃어볼 수 있을까. 관람하는 축제가 아니라 내가 한 몫 신명나게 참여하는 축제이길 바랬다. 불빛을 담은 영일대 해변에서 못 잊을 추억을 담아내고 싶었다. 열다섯 번째 맞는 포항국제불빛축제라서 그 연륜에 걸맞는 싱싱함과 놀라움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축제가 지역의 또 하나 활력원이 되어 성장과 발전을 당겨줄 것으로 믿고 싶었다.

과연! 도시는 아름다웠으며 열정으로 뜨거웠다. 멋진 불꽃의 향연만큼 달아오른 사람들의 기대와 참여는 여름 밤 더위를 잊게 하였다.

누군가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행복하기 때문에 휘파람을 부는 게 아니라, 휘파람을 불 수 있어 나는 행복하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무더위와 더불어 맞는 일은 어느 구석 행복이라 부르기 힘들 터이다. 그런 가운데에도 휘파람을 불 여유를 찾을 수 있을 때에야 진정한 행복의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폭염이 불러온 짜증을 휘파람으로 날려 보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하게 삶을 이어가는 지혜가 아닐까. 행복의 조건이 턱없이 부족한 지경에 행복하게 휘파람을 불 수 있는 너른 마음. 한 여름 무더위를 뚫고 시민들을 향하여 찾아온 축제는 또 바로 그런 까닭을 담고 있지 않았을까. 축제를 준비한 고마운 손길들은, 무더위를 관통하며 전할 행복을 기대하며 구슬땀을 흘리지 않았을까. 당신들의 땀방울이 도시를 염천에서 구하였다고 일러주고 싶다.

여름과 휴가는 축제와 바다를 기대하게 하였다. 열심히 지내온 날들에 선물이라도 주듯이 자신에게 쉼을 선사하고 싶다. 기왕이면, 그 휴가는 ‘얼음냉수’처럼 시원하고 차가운 몇 날이었으면 좋겠다. 일상으로 돌아올 때는, 온 몸과 마음이 완전한 충전을 만끽하며 복귀하고 싶다.

축제가 선사한 놀라움과 환호성이 여름의 끝자락에 모두에게 백퍼센트 충전과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를 기대해 본다. 열심히 살아온 당신, 축제로 힘이 날 것이다. 축제가 끝난 오늘, 새 힘과 새 기대로 멋진 날들을 만들어 가시라. 휘파람을 불며 얼음냉수를 떠올리고 싶다. 행복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