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철강대학원
권세균 교수팀
고엔트로피 합금
금속소성이론 개발

기가스틸을 능가하는 고기능성 합금이 포스텍 연구팀에 의해 개발될 전망이다.

포스텍·철강대학원 권세균 교수와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레벤테 비토스(Levente Vitos) 교수 국제공동연구팀은 최근 고엔트로피 합금에서 강도와 연성이 동시에 증가하는 현상을 금속소성이론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이론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가스틸(기존 알루미늄 대비 3배나 더 강하다는 초고강도강)보다 더 강하고 유연한 합금으로 기존의 다양한 금속재료 연구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철(Fe)에 탄소를 첨가하면 강철(스틸)이 돼 자동차, 선박, 건물 등의 구조물에 안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이 있듯이 일반적인 금속 성질은 강하게 만들려고 할수록 충격에 약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금속학계에서는 강하지만 부러지지 않고 늘어날 수 있는 재료를 만드는데 많은 연구를 해왔다.

최근에 고엔트로피 합금이란 것이 제시됐는데, 여기서는 으뜸이 되는 원소에 소량의 다른 원소를 첨가하는 기존의 합금과 달리, 여러가지 원소를 동시에 거의 같은 비율로 섞어 합금화한다.

이런 방법을 쓰면 앞서 알려진 합금보다 뒤섞임 무질서도가 크게 증가한 합금을 얻게 되는데, 여기에서 변형을 주자 더욱 강도와 연성이 크게 높아진 성질의 합금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고강도 고연성의 성질을 갖게 되는지는 알 수 없어 응용에 어려움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트위닝(twinning, 쌍정변형)이란 현상에 주목해 비밀을 푸는 데 성공했다. 합금은 금속원소들이 임의로 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둑판 같은 격자구조가 있고, 여기에 있는 점들에 원자들이 박혀있는 것과 같은 결정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때 밖에서 힘을 주면 결정구조가 뒤틀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거울을 보듯 같은 모습의 격자구조가 대칭으로 놓여있는 거울상 구조가 이끌려 나오도록 합금설계를 하면 고강도와 부드러움을 두루 갖출 수 있게 된다.

특히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배나 깊은 바닷속 석유시추와 같은 해양플랜트에 사용되는 철강은 극한 저온과 충격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추위에 매우 강해야 한다. 강하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압력을 받으면 부드럽게 휘어져야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권세균 교수는 “고엔트로피 합금과 철강 재료에서의 보다 발전된 이해를 바탕으로 극한 저온과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금속 재료를 쉽게 만들어 내고 실용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개발 배경을 밝혔다.

한편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쳐의 자매지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를 통해 발표됐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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