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그가 떠났다. 덧없고 허망하다. 안타깝고 야속하다. 그래야만 했을까. 끝내야만 했을까. 짐은 무엇이었을까. 얼마나 무거웠을까. 가보지 않았으므로 알 길이 없다. 들어보지 못하여 헤아릴 길도 없다. 이제 그는 우리 곁에 없다. 남긴 생각을 더듬어 뜻을 짚어본다. 떨치고 떠난 세상은 그래도 나아가야 하므로. 서글퍼도 세상은 아직 움직여야 하므로.

시작부터 그는 달랐다. 그의 시간은 남들과 분명히 달랐다. 남을 위하여, 작은 사람들을 위하여, 보이지 않는 이들을 위하여. 아예 투명인간들을 위하여.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이기적인 세상인 줄 다 아는 마당에, 다른 사람들을 위하여 살다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걱정해 그렇게 떠나고 말았다. 떠나면서도 세상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끝내 못 이룬 꿈들이 안타깝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떠나야만 했다면, 그 무게는 천근이었을까 만근이었을까. 아니 도대체 그 무게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스스로 어긴 것으로 드러날 ‘깨끗함’이 아니었을까. 자신이 배반한 것으로 판명될 ‘청렴함’이 아니었을까. 씻어도 회복되기 어려울 ‘단정함’이 아니었을까. 돌이키기 어려울 자신의 날카로운 언사가 아니었을까. 공직자가 깨끗하고 청렴해야 함을 수없이 강조했던 그 자신이 부끄러웠을 것이다. 앞에 선 이들의 몸가짐이 단정하지 못한 것을 수없이 지적하였던 그가 아니었던가. 많은 이들에게, 그는 ‘꼭 그랬으면 싶은 리더십’을 들려주고 있었다. 믿거니 하고 챙겨 새기는 흔하지 않은 지도자였다. 닮은 사람이 더 많이 나왔으면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안타까움이 그래서 짙은 것이다. 많이 좋아진 세상이 사람 복은 없는 것인지, 떠나고 난 자리를 세상이 메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뭘 그 정도 가지고 목숨까지 버렸는가 묻는다. 아니 그보다 훨씬 큰 짐을 안고도 버젓이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살아 있었다고 해도 그런 위로는 그에게 들리지 않았을 터이다. 남의 들보가 아무리 크다 해도 자신의 티끌을 용납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아주 작은 부정함도 덜어내고 싶은 그가 아니었던가. 이해하려 애쓰는 동안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다. 그가 느꼈을 생각의 무게를 남은 우리는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정치인 한 사람의 도를 넘은 부끄러움으로 흘려보낼 것인가. 우리는 이 일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무엇을 새길 것인가. 나의 생각은 무엇인가. 당신의 다짐은 무엇인가.

마음을 가다듬고도 뜻이 남았으면 한다. 일상으로 돌아와도 그의 마음이 새겨졌으면 싶다. 시간이 조금 지나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기억 속에 혹 돌아볼 부분을 이제는 잘 정돈하였으면 한다. 모두가 새롭기 위하여. 사회가 나아가기 위하여. 나라가 바로 서기 위하여. 나도 잘 살아야 하지만, 남도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를 길렀으면 한다. 나보다 잘난 사람은 날카로운 눈으로 살폈으면 한다. 오늘보다 나은 세상을 만나기 위하여 생각하며 살았으면 하고, 모두 함께 행복하기 위하여 마음을 모았으면 한다. 자신을 돌아보는 치열함으로 부끄러움도 줄여 갔으면 한다. 삶을 마감하며 덜어내려 하였던 그 무게를 우리는 살아서라도 줄여갔으면 싶다.

그가 남긴 약속의 무게를 새겼으면 싶다. 그런 끝에 우리는 굳이 다그치지 않아도 약속이 지켜지는 세상을 만나고 싶다. 크든 작든 약속은 지켜내야 한다. 큰 정치인 한 사람이 일러주고 떠난 일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 같은 지도자를 또 만날 수 있을까. 혹 닮을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본다. 약속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