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무

소가 눈 들어 앞산을 바라보니

앞산이 호수에 잠긴다

눈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이 잠긴다

소가 끔뻑, 하고 눈을 감았다 뜨니

산이 눈을 빠져나오고

구름이 또 끔뻑, 하고 눈을 감았다 뜨니

구름이 빠져나온다

소는 느리게 걸어 다니는 호수를 가지고 있다

소의 눈 속에 산과 하늘이 비치고 소가 끔벅하고 눈을 뜨면 산과 구름이 빠져나온다는 깨끗하고 조용한 풍경을 얘기하면서 시인은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의 인연과 관계를 떠올리고 있다. 서로의 인연과 연관관계와 질서 속에서 서로의 순수한 모습들과 속성들을 서로 연결하고 공유하고 있다는 원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