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전 포스텍 교수
▲ 서의수전 포스텍 교수

인생의 여름은 20대 초부터 40대 중반까지 약 20여년 간의 기간인데, 이 시기에 중요한 일은 장래 진로를 단단히 닦고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독특한 재능과 관심, 그리고 가치관에 맞는 진로를 선택해야 하듯이 결혼하는 두 사람의 개성과 관심이 서로 조화되고 보완적이어야 좋다. 행복한 결혼과 가정은 무엇보다 서로 진정으로 아껴주고자 하는 태세를 갖는데서 출발한다. 결혼은 젊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 부모가 하는 것이 아니므로 결혼식에 가족, 친척은 물론, 결혼 당사자들의 친구들이 조촐하게 모여 실용적이고 의미있게 진행하도록 필자는 지난 글에서 권했다.

오늘은 결혼생활에 대해 생각해 본다.

먼저 결혼생활에서 남녀 동등권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 전통과 반대이다. 필자가 자랄 때, 어머니가 아버지 친구들 대화에 대꾸하면 ‘여자가 남자들 말하는데 대꾸한다’고 핀잔이 혹독했다.

할머니께서도 사위와 그 친구들에게서 장모의 권위를 인정받지도 못했다.

전통적으로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말인가가 중요한, 미개하고 차별이 심한 사회였다. 그런 문화에 젖어 여자들은 이등(二等) 시민처럼 뒷전에서 수동적으로 잠잠히 기다려야 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여성권(女性權)이 신장되었지만, 여자는 남자에게 속해 있다는 전통적인 관행을 아직도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인다. 결혼은 두 성인들이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다. 두 성인들은 그들 서로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존중히 여김을 받아야 하고 동시에 상대방에게도 그렇게 해야 한다. 인권(人權)이 한국 사회 모든 곳에서 존중돼야 하는데, 이는 사회의 가장 기본단위이며 사회문화의 요람(搖籃)인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도 우리가 이전에 토의한 기본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자녀들이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인정받고 자주성을 가지고 성장하려면 자녀양육과 교육도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그리고 자녀들이 친구 사이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인정받고 성장해야 한다. 자녀들이 자신의 독특한 재능과 관심, 그리고 가치관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려면 그들이 지나치게 남의 눈치보지 않고 자신의 자주적인 삶을 개척하도록 교육받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자녀들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통념(通念)이 지배적인 것 같다. 자녀들은 진로 선정과정에서, 결혼 상대자 선택에 있어서, 결혼식 절차에 대해, 그리고 결혼한 후에도 그들의 성인으로서 가정을 이룬 부부로서의 자주권이 충분히 행사되지 못하고 부모들의 일방적인 지시를 따르는 경우가 흔하게 보인다. 또 이 시기는 집을 장만 할 때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집을 사주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남자가 결혼할 때 집 키를 들고 오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보통 기대한다. 이제 가정을 시작하면서 그 비싼 집을 부모가 사주어야 한다니 사치다. 젊은이들의 장래에 좋다고 볼 수 없다.

“부모가 자녀들이 결혼할 때 집을 사주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결혼한 젊은 부부들이 힘을 모아 계획을 세우고 땀 흘려 저축하고 내 집을 내 손으로 장만하는 것이 훨씬 그들에게 좋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부부의 협동과 애정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고, 수입 한도 내에서 저축하고 검소한 생활을 영위하는 자연적인 훈련을 받는 셈이다. 그리하여 내 손으로 장만한 당당한 내집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뿌듯하겠는가.

부모가 집을 사주어 편하게는 쓰지만 그들은 냉엄한 인생살이 훈련도 경험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부모들이 집값의 일부를 내 준다든지, 무이자로 빌려 주는 도움은 줄 수 있겠지만, 부모가 빚까지 얻어가며 젊은이의 피땀이 들어가지 않은 집을 장만하는 것은 부모가 남의 눈치 보면서 ‘나는 갑이다’고 과시하기 위한 문화일 뿐이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