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 섭

돌아가야 하느니

끝없이 떠다니는 바람의 혼백마저

잠시 풀잎 위에 눕는

황혼은

오랜 세월 떠돌던 사람들

기나긴 유랑을 끝내는 시각

떠나온 것들 모두 돌아가는

이런 황혼에는 생각에 잠긴 사물들

조용히 두 손 모으고

노을이라도 신들의 그림처럼 피어오르면

사람들이 눈빛은

한결 성스러워진다

그 때 어둠은 저만큼

엄숙한 판관처럼 검은 제복을 걸치고

느린 걸음으로 다가오고

이윽고 거대한 어둠의 나라의 사자가

침묵의 시종들을 거느리고 와

온갖 물살들의 머리에

따스한 손을 얹는다

날빛을 받아 길고 험난한 순례의 시간을 보낸 하루가 붉은 노을에 젖는 황혼을 바라보는 시인의 깊은 시안을 본다. 차오르는 어둠에 몸을 맡기는 시간이야말로 운명의 시간이고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엄숙하고 진실한 시간이 아닐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