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룡서예가
▲ 강희룡서예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중앙당 슬림화와 쇄신차원의 하나로 제일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여의도 당사를 마무리한다고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밝혔다. 또한 여의도 당사 현판 철거식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처절한 진정성으로 더 낮은 곳에서 국민들이 부를 때까지 쇄신과 변화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자유한국당은 혁신비대위원장을 맡을 명망있는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 수많은 후보군을 언급해왔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후보군에 올려 당사자들로부터 지적을 받고 있다.

인재를 등용시키려는 리더의 욕심은 어느 시대, 어느 조직에서나 항상 있었다.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부족하고 설사 인재를 알아보았더라도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는 병폐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히 동양에서는 당의 한유가 ‘잡설(雜說)’이라는 글에서 천리마의 비유를 들어 일갈한 뒤로 이런 병폐에 대해 사람마다 인식은 하게 되었지만, 정작 고치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로부터 수백 년이 지난 뒤 이웃나라 조선에서도 이 문제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었다.

서애 유성룡(1542~1607)의 ‘서애선생문집, 독사여측(讀史<8821>測)’에 ‘임금은 늘 신하 중에 쓸 만한 인재가 없는 것을 근심하고, 신하는 늘 임금이 인재를 충분하게 등용하지 못하는 것을 근심한다. 때문에 군신이 서로 제회(際會)하는 것은 옛날부터 어려웠고, 지치(至治)의 성대함은 역대로 볼 수 없게 되었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중략) 신종(神宗)은 현인의 등용에 뜻이 있었으면서도 참소하는 자를 제거하지 못하였고, 좋아했던 자들은 참소하거나 면전에서 아첨하는 무리들뿐이었으니, 그 실덕(實德)이 지극하지 못했던 것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선조시대의 유성룡이 중국 역사책을 읽다가 ‘천하에 인재가 없다’는 송나라 신종의 말을 보고 느낀 바가 있어서 쓴 글이다. 당시 송은 요와 서하의 빈번한 침략 속에서 왕안석을 중심으로 한 신법당(新法黨)을 중용해 부국강병과 국가제도 전반의 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황제가 인재가 부족하다는 탄식을 내뱉은 것이다.

서애는 그에 대해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 감식안이 문제였음을 지적했다. 신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인재설’이라는 글에서도 그는 이와 비슷한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서애는 여기에다 추가적으로 실제 인물들의 사례를 제시하고 마지막에서는 인재를 제대로 대우하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지적했다. 임진왜란 당시 국난 극복의 영웅 이순신을 극력 추천했던 이가 바로 서애였음을 상기하면, 문인의 상투적인 글장난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02년 여름 월드컵에 히딩크라는 이방인 감독이 과감하게 능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여 4강 진출이라는 신화를 일구어냈다. 상당수는 그동안 국내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던 선수들이었다. 그러자 사회의 공·사 분야를 떠나 모든 리더들이 하나같이 ‘앞으로는 히딩크 식으로 과감하게 능력위주의 인사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드러난 자기부정에 국민들은 쓴 웃음만 지었다. 기존에는 능력 위주의 인사를 안 했다는 말이 된 것이다. 참 끔찍한 가상이다. 과연 조직의 리더들 중에 누가 히딩크 같은 안목을 지녔느냐는 것이다. 현실은 늘 이런 식으로 개혁의 대상은 정작 자신인데도 시선은 언제나 남을 향해 있다.

‘하늘은 한 시대가 넉넉히 쓸 수 있을 만큼 인재를 낸다’는 청나라 심문규의 말처럼 인재는 언제나 존재한다. 선거철마다 인사 철마다 인재영입을 외치며 부산을 떨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인재를 알아보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