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6·13 지방선거 참패 후 한국당은 국민들에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그리고는 의원총회에서 계파별로 나뉘어 상대방의 잘못을 비판하면서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 눈으로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인데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찾고 있다.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인지 어이가 없다. 이것 역시 국민을 우습게 보는 권력자들의 나쁜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정치적 쇼’를 벌인 것인가? 한국당 의원들이 잘못을 모를 수가 없겠지만, 만약 정말로 모르겠다면 국민에게 직접 물어보라. 잘못은 그 원인을 알아야 고칠 수 있고, 한국당의 운명은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가지고 있는 국민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한국당의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 국민은 한국당이 중병에 걸려있으니 대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그 수술 부위를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첫째, ‘권력욕이 병’이 되어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정치인의 초심은 무엇인가?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던 초심이 지금은 나를 위해 정치를 하고 있지는 않는가? 오직 국민만 보고 걸어가겠다고 해놓고선 권력을 잃을까 염려되어 보스(Boss)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친이·친박·비박 등 계파별 권력투쟁으로 날을 새웠다. 초심을 잃고 부패하였으니 국민이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당연하다.

둘째, 중병에 걸렸는데도 ‘치료 의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병을 숨기려고만 했지 그 원인을 찾아서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만약 한국당의 수술에 뜻있는 의원들이 있었다면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치료할 수가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국민의 신임을 잃어버렸으니 죽어서 다시 태어날 수밖에 없다. 말기 암환자인 한국당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은 암세포를 제거하고 참신한 인재들로 이식수술을 하는 것이다.

셋째,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는 병’이 문제라는 것이다. 국민의 정치적 수준이 자신들보다 높은 데도 국민을 기만하려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탄핵에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려하지 않고 당명만 바꾸어서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또 다시 당명 변경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도대체 병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말 모르는 사람들 같다. 국민보다 무지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고 허세를 부리면서 국민을 우롱한다면 영원히 버림받게 될 것이다.

이상과 같은 진단과 처방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이 스스로 치료를 하지 않거나 치료를 미루게 되면 죽을 수밖에 없다. 충무공 이순신은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라고 하지 않았던가? 한국당 의원들이 죽을 각오로 자신을 버리면 다시 살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그러나 당이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수술이 두려워서 시기를 놓치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한국당은 지난 6월 24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준비위는 혁신비대위 구성에 있어서 국민의 뜻을 잘 대변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과단성 있는 위원장과 위원들을 선정해야 한다. 최근 비대위원장의 초빙과 관련하여 한국당이 ‘희화화(戱畵化)’되고 있는 점이 상당히 우려된다. 비대위의 인적 구성이 참신하지 못하거나 계파별로 적당히 안배하여 혁신을 위장하려 한다면 더 이상 한국당의 미래는 없다. 따라서 혁신비대위는 그 인물에서부터 혁신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뜻을 충실하게 반영하여 당의 이념·노선·조직·공천 등에 걸쳐서 전반적으로 대수술을 감행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이 한국당에 주는 마지막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