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배정 놓고 의견 대립
민주 거부로 한국당만 진행
반쪽 선거에 실망감만 키워

개원 첫날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거대양당간 기싸움으로 진통을 겪었던 포항시의회가 상임위원장단 선거일인 이튿날에는 늦은 오후까지 파행에 파행을 거듭한 끝에 반쪽짜리 선거를 치르고 말았다.

우여곡절 끝에 의원간담회를 끝내고 상임위원장단 선거를 진행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모였으나 또 한차례 의견마찰을 빚으며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만 참석했다.

이처럼 의회가 문을 열자마자 화합과 협치가 아닌 정쟁과 암투로 얼룩지면서 이를 바라본 시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포항시의회는 5일 오전 10시 간담회장에서 상임위원장단 선거에 앞서 의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자치행정위원회 등 4개 상임위원회에 소속돼 2년간 의정활동을 수행할 위원명부가 발표됐다. 그런데 일부 의원들이 상임위 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의원간 논쟁이 시작됐다.

먼저 무소속 김성조(장량동)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김 의원은 “본 의원이 복지환경위로 배치됐는데 같은 지역구 의원인 김상민 의원도 함께 배치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며 “경제산업위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맞교환 형식으로 이동조치 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 박칠용(오천읍) 의원도 “후보시절부터 지역 복지를 위해 앞장서겠다는 공약을 수차례 천명했는데 자치행정위에 배치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의장께서 어제(4일) 저녁 전화연락을 통해 양해를 구하셨지만 명확한 이유를 듣지 못한 것 같아 이 자리에서 설명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민주당 공숙희(비례대표) 의원 역시 “지역구 의원이 아닌 비례대표 신분이지만 사는 곳이 흥해이며 평소 지진복구에 관심이 많아 건설도시위를 1순위로 적어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경제산업위 소속이 되고 말았다”며 “같은당 소속 김정숙 의원은 1순위로 경제산업위를 적어 냈는데 건설도시위에 배치됐다고 하니 두 사람의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서재원 의장은 “어제 의장 당선 이후 오후부터 부의장, 사무국장과 함께 많은 시간을 할애해 상임위 배정이 최대한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모든 의원들이 100% 만족하기는 힘들겠지만 선수, 지역구, 전문성, 제척사유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결정한 사안인 만큼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에도 일부 의원들의 불만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평의원들의 요청을 한국당 소속 의장과 부의장이 받아들여주지 않는 모양새가 지속되자 간담회장은 이내 양당간 대결분위기로 변모했고, 마침내 민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을 거부하며 간담회장을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간담회가 한동안 중단됐다.

휴회시간을 통해 오찬을 가진 뒤 서재원 의장이 일부 의원들의 상임위 변경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양당 의원간 갈등이 매조지되는 듯 했다.

하지만 본회의장에서 또 한 번 갈등이 불거지면서 끝내 민주당 및 진보계열 의원 등 의원 13명이 선거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상임위원장단 선거는 또 한 번 파행을 겪었다.

본회의장에 남아있던 한국당 의원들은 남아있는 구성원들로만 선거를 강행할지 여부를 놓고 회의를 진행했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상임위원장은 의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하되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이날 재적의원 32명 중 과반수 이상인 19명(모두 한국당 소속)이 참석했기 때문에 반쪽이지만 선거 진행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 의원들만 참여한 반쪽짜리 선거로 진행된 상임위원장단 선거를 통해 자치행정위 방진길 의원, 경제산업위 강필순 의원, 복지환경위 이나겸 의원, 건설도시위 백강훈 의원이 위원장으로 각각 당선됐다.

진통 끝에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선거는 마무리됐지만 개원한 지 이틀 만에 보이콧 사태까지 터지면서 의회 내 거대양당인 한국당과 민주당의 주도권 다툼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시민들의 지역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