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 여인’
오르한 파묵 지음·민음사 펴냄
장편소설·1만4천원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66)의 장편소설 ‘빨강머리 여인’(민음사)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작가의 열 번째 장편인 이 소설은 자국인 터키 내에서만 40만부가 팔린 화제의 책이다.

1985년 출간한 ‘하얀 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오르한 파묵은 이후 ‘새로운 인생’, ‘내 이름은 빨강’, ‘눈’, ‘소설과 소설가’를 출간하며 혁신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작가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터키 문학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작가를 넘어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로 거듭난 그는 정치 소설, 민족주의 등 다양한 주제의 소설을 선보여 왔다.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구조로 동양과 서양의 문명의 충돌을 다룬 그의 문학은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켰다. 그의 문학적 토양에는 터키 역사를 모티브로 한 자신만의 작품세계가 있었다.

그는 ‘빨강머리 여인’에서 가장 충격적인 서사로 꼽히는 그리스 신화이자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와 페르시아의 고전 ‘왕서’를 엮어 신화 속 아버지와 아들을 현대로 불러들인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지질학 엔지니어 겸 건축업자가 된 한 중년 남자의 회고담으로 시작하는 소설은 아버지를 죽이는 아들을 통해 자아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여러 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수많은 은유적인 표현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빠르게 변화하는 이스탄불의 모습과 핏줄과 운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비극적인 단면이 담겨 있다.

이스탄불에 사는 주인공 화자는 고등학교 1학년이던 어느날 사회주의 활동을 하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뒤 가정의 생계가 어려워지자 대학 준비를 위한 학비를 벌기 위해 옆집에 우물을 파러 온 기술자 우스타를 따라 이스탄불에서 30마일 떨어진 왼괴렌으로 떠난다. 그의 조수로 일하게 된 주인공은 우물을 파는 방법과 기술을 가르쳐주고, 아들을 대하듯 갖가지 조언도 해주는 우스타를 따르게 되고 점점 그를 아버지로 느끼게 된다. 우스타 역시 그를 신뢰하며 ‘아들’이라 부르고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또 주인공은 그곳의 시내에서 빨강 머리를 한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땡볕 아래서 일을 하는 내내 그녀를 생각하며 가까워질 기회를 노린다. 어쩐 일인지 그녀 역시 그를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처럼 친근하게 대해준다.

▲ 오르한 파묵
▲ 오르한 파묵

유랑극단의 여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빨강 머리 여인은 30대 중반으로, 주인공보다 나이가 두 배나 많다. 그리고 어느 날 단둘이 있게 된 두 사람은 동침하게 된다. 다음날 수면 부족 상태로 우물 파는 일에 돌입한 주인공은 우물 꼭대기에서 흙이 꽉 찬 양동이를 놓쳐 버리는 예기치 않은 실수를 저지르고 황급히 그곳을 떠나 다시 이스탄불로 돌아온다. 주인공은 이후 우스타와 있었던 일을 잊으려 애쓰며 대학교를 졸업하고 지질학 엔지니어가 된다. 첫사랑인 빨강 머리 여인과 약간 닮은 또래 여성을 만나 결혼도 한다. 그러나 기다리던 아이는 생기지 않고 부부는 자식을 키울 열정을 사업을 키우는 데 쏟는다. 함께 설립한 회사는 승승장구해 주인공은 부자가 되고 회사 광고에도 출연한다. 그리고 어느 날 그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남자의 편지 한 통이 도착한다.알 수 없는 인력에 끌려 다시 왼괴렌을 찾은 주인공은 빨강 머리 여인을 만나고, 자신의 아버지와 아들에 얽힌 진실을 듣게 된다.

민음사 측은“‘빨강 머리 여인’은 풍부한 은유와 복잡한 복선이 점층적으로 치밀하게 설계된 역작이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수수께끼를 집요하게 파고든, 미스터리의 궁금증과 스릴러의 긴장감을 주는 오르한 파묵 최고의 소설”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윤희정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