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석 홍

빨간 혈흔 하나 떨어졌다

누군가 밤새 사랑했던

짤은 삶의 딱지처럼

못다한 사랑의 감정과

언제 피고 질지 모르는

다음 생애에 제대로

사랑이 열릴까

눈 감고 떨어지는 석류꽃

흙에 얼굴을 묻는다

죽어도 좋아

끝내 잠들지 못하는 밤

시인은 붉은 석류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인생을 생각하고 있다. 사랑도 우리의 짧디 짧은 한 생도 붉은 석류꽃처럼 아름답게 피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꽃잎이 떨어지듯이 사랑도 가고 우리의 한 생도 별로 거둔 것 없이 금방 나이 들어 가뭇없이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피력하는 시인에게서 생에 대한 깊은 성찰의 정신을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