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스며들면서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다음세대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20세기 후반에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이 불러온 지식정보혁명을 넘어,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또 한번의 기술혁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여러 단순반복작업이 폭넓게 잠식될 뿐 아니라 이제는 곧 판사, 의사, 교수 등의 고단위 지능직업군들마저 기술의 손에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들리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또는 운명적으로, 인간이 만든 기계가 거꾸로 인간을 판단하고 재단하며 진단하는 결말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정말로 그럴까?

이전의 산업혁명들이 모두 기술의 도입과 혁신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으며, 기술은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었다는 ‘도구적인 성격’을 유지했다. 3차와 4차산업혁명이 나타난 시점이 그리 긴 간격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네 번째의 산업혁명에 관해서는 그 존재와 의미에 대하여 논란마저 일고 있는 것이다. 즉,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으로 보일 뿐 본질적으로는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산업혁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기계가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생산의 효율화와 확장성을 증진시켜 왔다면 이 네 번째 혁명은 물리적, 육체적 한계 뿐 아니라 인식기능과 지능영역을 잠식해 오고 있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알파고 사건으로 이미 목격하였으며 그 외에도 무인자동차와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인간은 결국 기계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고 말 것인가? 인간에게 남은 의미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인간이 부단히 노력을 기울여 성취한 끝에는 인간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공허로 남게 될 것인가? 어찌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마저 드는 것이다. 물리적 능력과 육체적 기능을 기계가 도와 모든 업무가 대량화하고 자동화되는 것을 넘어 지식과 인식의 기능을 기계가 대신하게 되어 눈부신 변혁을 경험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육체와 지능 뿐 아니라 감성과 관계의 영역이 아직도 남아 있으며 이들 영역을 기계가 넘본다는 것은 적어도 아직은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인간은 풍부한 감성과 예술적 감각을 토대로 자칫 건조할 수도 있을 기술의 영역과 함께 인류의 문명과 문화를 윤택하게 만들어 왔다. 인간 고유의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특성’을 가지고 다양하고 폭넓은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어 사회적 기능과 국가적 맥락을 이루어 왔던 것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였다는 21세기 초반에 우리가 눈을 돌려야 할 지점은 바로 이 ‘관계’가 아닐까.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면 할수록 자칫 실종될 수도 있을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끌어올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감의 영역과 교감의 기회를 늘려 가야 하지 않을까. 소통과 공감을 지향하는 인간관계의 형성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기계가 잠식해 오는 인간기능의 영역을 위기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감성능력의 도출과 보다 뛰어난 관계형성의 기회로 만들어 내어야 하지 않을까.

혁명은 인간을 뒤로 물러서게 하지 않는다. 증기기관과 대량생산, 그리고 컴퓨터 기술이 인간의 삶을 기름지게 하여 왔다면, 4차 산업혁명은 다시 한 차례 인간의 삶을 높은 자리로 올려놓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관계’의 중요성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