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제자리에’
최정화 지음·문학동네 펴냄
소설집·1만2천원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자신만의 확실한 문학 세계를 공고히 쌓아나가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최정화 작가의 신작 소설집 ‘모든 것을 제자리에’(문학동네)가 출간됐다.

최정화 작가는 2012년 ‘창작과비평’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해 소설집‘지극히 내성적인’, 장편소설 ‘없는 사람’을 출간했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2016 제7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인터뷰’, 페미니즘 테마 소설집‘현남 오빠에게’에 수록된‘모든 것을 제자리에’등 단편소설 8편이 담겼다.

그동안 예민한 시선으로 온전해 보이는 세계에 스민 균열을 포착해내는 데 초점을 맞췄던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세계가 내포하는 불안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최정화가 펼쳐놓는 8편의 이야기를 정신없이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큰 폭으로 진동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표제작인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붕괴된 건물의 내부를 영상과 이미지로 남기기는 일을 하는 ‘율’이라는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스스로의 자의식을 지웠다고 생각하고 엉망으로 파괴된 공간을 기록하지만 그것을 재현하고 이미지로 재구성하는 데 있어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느 날 자신이 남겼다고 ‘생각한’ 영상과 기록된 영상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잘못 촬영됐다고 여겨 다시 찾아간 그녀는 그곳에서 뜻밖의 진실을 만나게 된다.

또한 단지 푸른 코트를 입었다는 이유로 남편이 자신의 친구와 외도를 하고 있다고 믿는 인물(‘푸른 코트를 입은 남자’), 자신을 피하는 친구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걸어대는 인물(‘전화’), 새로 이사온 집에 누군가가 계속 잘못 찾아오고, 심지어 그 집이 자신의 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는 인물(‘잘못 찾아오다’), 사고를 당한 뒤에 자신이 너무 늙어 보인다고 믿게 된 인물(‘내가 그렇게 늙어 보입니까’), 자동 반죽기를 샀을 뿐인데 오 년의 시간이 흘러버려 길을 잃어버린 인물(‘오 년 전 이 거리에서’) 등을 만나게 된다.

마치 히스테리에 시달리고 있는 듯한 최정화 소설 속의 인물들은 우리와 멀어 보이기도 하고 또한 우리 자신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의 소설을 읽은 우리는 우리가 불안을 잊기 위해 만들어내는 우리만의 이야기들이 진실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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