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보수(保守)가 죽어가고 있다’, ‘보수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이다’, ‘보수는 죽어서 다시 살아야 한다’는 등 벼랑 끝에 서있는 보수의 몰락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왜냐하면 새가 ‘좌우의 두 날개’로 나는 것처럼, 정치도 발전하려면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이루면서 ‘생산적 경쟁’을 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의 보수는 이 지경이 되었는가? 무엇보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보수의 전통적 덕목인 ‘도덕성과 성실성’을 상실하였다는 사실이다. 지난 두 차례 보수정권을 이끌어왔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정부패로 구속·수감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보수는 자신의 잘못된 관행을 스스로 개선하고 보수(補修)하지 못했다. 진정한 보수의 강점은 ‘경험을 중시하고 끊임없이 쇄신하며 도덕성이 높고 성실하다’는 점에 있는데, 한국의 보수진영은 이러한 장점을 살리는데 실패하였던 것이다.

보수진영의 ‘사회변화에 대한 무감각과 부적응’ 역시 문제였다. 한국의 보수는 남북분단과 냉전을 거치면서 반공보수주의와 권위주의 정치체제의 결합, 즉 이른바 ‘박정희 패러다임(paradigm)’으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냉전종식과 함께 상호의존시대가 되었는 데도 보수주의자들은 사회의 ‘다원화와 민주화’라는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여전히 기존의 ‘경직된 가치체계’를 고집하였다. 과감한 혁신을 통하여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보수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제1야당인 한국당에는 유능한 지도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당 지도부가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여론의 악화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 때 지원유세를 중단한 바 있다. 오죽하면 보수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영남지역의 후보자들조차도 당 대표의 지원을 사양하거나 그와 거리를 두려고 했겠는가 말이다.

또한 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정태옥 의원은 ‘인천·부천 비하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자 결국 탈당하였다. 이처럼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막말과 돌출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한국 보수정치의 참담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죽어가는 보수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처방이 필요한가? 가장 시급한 것은 ‘보수의 변화와 혁신’이다. 보수의 고전적 가치는 ‘안정 속의 개혁’에 있으며, 보수는 ‘수구(守舊)’나 ‘반동(反動)’이 아니다. 따라서 과거에 집착하는 ‘수구적 보수’가 아니라 변화를 수용하는 ‘혁신적 보수’, 냉전시대의 ‘권위주의적 보수’가 아니라 탈냉전시대의 ‘민주적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깨끗한 보수’로서 보수주의의 기본 덕목인 ‘도덕적 엄격성’을 반드시 회복해야 하며, 양극화의 심화로 고통받고 있는 약자를 보호하는 ‘따뜻한 보수’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보수는 ‘죽어서 다시 태어남’으로써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재기(再起)의 기회가 올 것이다.

한편 보수의 재건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적 이슈에 대처할 수 있는 ‘차세대 지도자의 육성’이 절실하다. 전통적인 보수의 강점이었던 안보와 경제뿐만 아니라, 양극화·저출산·비정규직 등 새로운 이슈들을 다루기 위해서는 정치지도자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보수가 ‘경로당’에서나 먹혀들어가는 ‘늙은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낡은 보수’로서는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보수가 시대변화에 뒤떨어진 ‘배타적이고 완고한 노인집단’으로 인식된다면 나라를 위한 그들의 충정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낡은 보수’에게 ‘젊은 수혈’이 시급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