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민주·무소속 돌풍에
한국당 공천탈락 인사 등
정치적 득실 계산만 염두
특정인 지원하며 ‘양다리’
무소속 강세지역 더 심해
힘겨운 한국당 ‘설상가상’
유권자들 “적폐 다름

“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는교?”

자유한국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하자 당 후보를 외면하고 무소속 후보 지원 등에 나선 지역 정치인의 ‘일탈’을 두고 하는 소리다.

지역일꾼을 뽑아야 할 6·13 지방선거에서 지역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부 인사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만 따져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행보가 드러나면서 대구·경북(TK) 지역 정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두고 개인적인 실익을 좇아 정치도의를 무시한채 특정 후보 지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역발전과 정당정치의 근본은 고려 대상에서 밀쳐두고 오히려 사욕을 차리는데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역 유권자들을 호도하고, 눈을 가리는 셈이어서 공천 제도의 세부적인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수분열 등과 함께 한국당이 이번 TK지역에서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 축제로 불리는 지방선거의 공해요소이자 ‘적폐’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TK지역에서 한국당 후보와 민주당, 무소속 후보가 접전을 벌이는 지역에서는 ‘주한야민(낮에는 한국당, 밤에는 민주당)’ 또는 ‘주한야무(낮에는 한국당, 밤에는 무소속)’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낮에는 한국당 성향을 내세우지만 밤에는 한국당 후보가 패배할 시 보험용으로 2위 후보인 ‘민주당 또는 무소속 후보’와 가깝게 지내는 일부 인사의 행태를 빗댄 말이다.

실제 포항시장 선거의 경우 지지층을 일부 확보하고 있는 지역의 몇몇 유력인사가 한국당 이강덕 후보와 민주당 허대만 후보들을 번갈아 만나며 유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후보들을 만날 때마다 “지지한다”며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도 정치권이 볼썽사나운 모습이다. 최근 불출마를 전제로 한국당에 복당한 정종복 전 의원은 한국당 주낙영 경주시장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왜 복당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많다 .

주 후보 측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이 무소속 최양식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까지 돌아 그저 안타까울 뿐”이라고 실토했다. 이를 두고 경주지역 정가에서는 공천에서 배제된 최양식 후보가 당선되면 ‘김석기 의원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만큼 21대 총선을 겨냥한 행보가 아니겠느냐는 말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전 의원은 “일절 이번 선거에 관여하지 않고 있기에 생겨난 오해”라면서 “지지자들이 흩어져 자신과 인연이 있는 후보들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맞지만 상당수는 주 후보를 돕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 후보를 적극 돕지 않는 것은)여러가지 사정이 많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주한야민’, ‘주한야무’현상은 경북도내 무소속이 강세를 보이는 격전지일수록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기초단체장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의 경우 더욱 노골적인 ‘몽니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당 울진군수 후보 공천에서 탈락한 황이주 전 경북도의원은 한국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 임광원 후보를 지원하기로 해 뒷말이 무성하다. 임 후보는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항소한 상태에서 출마했다. 따라서 임 후보는 당선되더라도 앞으로 속개될 재판에서 혐의를 벗지 못하면 울진은 재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 지역에선 재선의 황 전 도의원이 임 후보 군수 재임시절 내내 심한 갈등을 보이다가 이번에 전격적으로 탈당까지 하는 행보를 보인 것은 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떡고물’을 챙길수 있는 경우의 수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런 사례는 곳곳에서 불거져 한국당 예천군수 공천에서 탈락한 김상동 전 부군수가 무소속 이현준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한국당 안동시장 공천 경선에서 권기창 후보에 패한 장대진 전 경북도의회 의장이 무소속 권영세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이 외에도 한국당 달성군수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성태 후보는 무소속 김문오 후보를, 한국당 경주시장 공천에서 탈락한 최학철 전 경주시의회 의장도 한국당 공천 과정을 맹비난하며 탈당과 함께 최양식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영천도 당 소속 인사들이 무소속과 손을 잡는 등 이합집산이 심각한 상태.

한국당 공천에 탈락한 이들은 무소속 후보를 지원한 뒤 차기 기초단체장 선거를 밀어주기로 하는 등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밀실공천, 사천(私薦)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던 이들이 무소속 후보 등을 돕는 것은 또다른 사천 야합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당 경선에 참여할 때와는 판이한 행보로, 당원과 유권자를 기만하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한국당 경북도당 관계자는 “한국당을 탈당해 3선에 도전하는 무소속 후보들을 지지하는 것은 누가 봐도 차기 기초단체장 자리를 노리기 위한 것”이라며 “4년 후의 밀실 사천을 예비하고 있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해당행위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입당시켜주는 등 어정쩡한 조치가 되풀이되다보니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서 앞으로 정당들도 이런 처신을 하는 경우 공과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기로 한 이들은 하나같이 “사실이 아니다” “공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지지자들의 의견을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