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에 과민반응
역대 첫 진보 구청장 당선 땐
남북교류 등 좌클릭 예고
추진정책·사업 재검토 우려

“어허. 일이 커지겠네. 다른 당 구청장이 오면, 이번이 처음이지?”

지난 5일 오후 대구 수성구청과 동구청 등의 흡연구역에서는 공무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일주일 남은 지방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각자 소속된 구청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앞으로 예상되는 ‘변화’에 대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대구 지역 공무원들이 소위 ‘멘붕’에 빠졌다. 특히, 대구지역 기초단체의 공무원들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각종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대구 수성구와 동구, 북구, 남구 등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차라리 무소속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경북 지역이 부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통합당, 열린우리당 등 진보 정당의 구청장이 당선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현재 이재용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과거 대구 남구청장을 지냈으나, 무소속이었다. 그동안 대구는 국회의원과 대구시장, 구청장이 한국당 등 보수 색채 일변도의 당선자를 배출해 왔다. 여기에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의 다수당도 한국당과 새누리당, 한나라당 등 보수 정당 소속이었다.

이처럼 국회의원부터 시장, 구청장 등으로 이어지는 ‘유사 색채 라인’은 수도권에서 벌어졌던 ‘광역 vs 기초’의 정책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또 시청과 구청 간의 인사이동 역시 큰 잡음이 없었으며, 대단위 사업의 지속적인 추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선출직을 꿈꾸는 고위 공무원들은 한국당 등 보수정당의 문을 두드려야만 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책의 혁신이 불가능했고, 공직사회는 한 방향으로 얼어붙었다.

지난달 10일 있었던 ‘대구시 예산정책협의회’는 이러한 불안감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등 4개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참석하면서 ‘정쟁의 장’으로 무대가 바뀐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 한 관계자는 “대구 예산회의에 4개 정당이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 미숙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진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구청장 후보들은 구정의 급진적인 좌클릭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 남칠우 수성구청장 후보는 지난 4일 “수성구청에 남북교류협력담당관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으며, 2군작전사령부 이전을 이슈화시키기도 했다. 같은 당 서재현 동구청장 후보도 주민 핫라인 개설과 캠핑장 조성을 약속했다.

문제는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진보 정당 구청장의 당선’을 좋은 감정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 수성구의 한 관계자는 “정책의 변화는 한국당 계열 구청장 재임시에도 있어 왔지만,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민선 이후 추진했었던 대다수의 정책이나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미리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의 관계자 역시 “시장과 구청장이 다른 정당이라면 구청 공무원은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면서 “구청장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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