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혜명<bR>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 차혜명 선린대 교수·교육학 박사

나라가 무너지는 듯 했다. 시민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럴 때 나타난 그는 위대한 조국을 다시 세울 것이라고 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나라의 무너진 자존심을 다시 일으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국민은 열광하였다. 마을마다 도시마다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하였다. 새 목표를 따라 나아가는 길이었으므로 모두 약간의 희생도 참아 냈다. 조금씩 불편해도 나라가 잘 될 것이라고 믿었기에 감내하기로 하였다. 그가 국민 앞에 지도자로 서면 천지가 개벽할 것이라고 믿었다. 나라는 바뀌고 세상이 밝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그렇게 그는 공식 선거를 통하여 선출되었다. 정당성을 완벽하게 가진 지도자가 되었다. 그는 히틀러다. 그는 결국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욕보였으며 세계인들에게 창피한 이름으로 남아 있다. 아마도 인류역사에 그 오명을 길이 남기며 부끄러운 기억을 이어갈 것이다.

어쩌다가 독일 국민들은 그런 선택을 하였을까. 아무리 나라가 어려워도 도대체 어떻게 그런 바보같은 결정을 하였을까. 그가 국민 모두를 담지 못하고 결국은 인종차별이나 일삼으며 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데에 실패할 것을 어떻게 눈치도 채지 못했을까. 이를 미리 알아내거나 감지할 방법이 국민들에게는 없었을까. 전혀?

결론은, 없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걸 정확하게 탐지하여 분명하게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세상에 궁금할 게 없어질 터다. 그 모든 인류의 실패와 구태, 나쁜 결정과 처참한 열매는 모두 사람이 저지른 것이다. 개인의 결정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은 대개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 그래서 선거가 중요하고 선택이 무서운 것이다. 선택의 결과는 그의 임기 뿐 아니라 오래오래 그 그림자를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지도자의 발자취는 늘 그리운 것이며 나쁜 지도자의 기억은 내내 우리를 힘들게 한다.

우리는 또 한 번의 선택 앞에 도착하였다. 지방 선거이기는 하지만, 우리네 삶에 미칠 영향은 절대로 작다고 할 수 없다. 작은 선택에서 실패한 사람은 큰 선택에도 성공하기 어렵다. 어떤 사람을 지역의 지도자로 세울 것인가는 사실 그리 어렵지 않다. 지역을 위하여 성실하게 열심히 땀흘릴 사람을 뽑으면 된다. 문제는, 저마다 그렇게 한다고 주장하는 데 있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우선, 그가 지나 온 길을 살펴야 한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 길에는 어떤 지향점이 보이는지 일관성이 드러나는지. 그 지나온 길의 맥락에 지금 하겠다고 주장하는 일이 닿아 있는지. 그가 살아온 모습을 그대로 이어가면 지역의 내일이 과연 보이는지 어떤지. 이제 공인이 될 그의 어제 모습이 내일 밖에 내어놓아도 부끄럽지 않겠는지.

어느 작가가 이렇게 적었다. ‘선거로 집권한 인물이 다 훌륭하지는 않다. 폭군, 사기꾼, 거짓말쟁이, 천하의 호색한도 유권자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하기만 하면 권력을 쥘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뽑아본 경험이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속아 넘어 갈 수 없지 않을까. 얄팍하게 마음을 사려는 후보보다는, 진정으로 주민들을 섬기고 해야 할 일에 합당한 선량을 선출해야 한다. 작은 동네 선거일수록 보다 세심하게 살펴서 아래로부터 ‘조용한 선거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국민을 만만하게 보고 공직을 탐하는 사람이 이제는 나서지 못하도록 우리가 지켜야 한다.

사람을 잘 읽어야 한다. 깨끗한 그 한 표로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