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bR>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오는 13일 지방자치단체선거와 국회의원보궐 선거가 있다.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길거리에서 각 후보들의 유세차량이나 가로펼침막 등을 볼 수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자신의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함으로써 지역 사회나 국가를 운영할 인물이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데 간접적으로나마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가 사는 지역의 주민들만 해도 선거를 즐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후보 측에서 보내는 문자 메시지이다. 필자에게도 지역의 시의원이나 도의원 후보 혹은 시장 후보 등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온다. 문자 메시지는 여당, 야당 후보 구분없이 골고루 온다. 그런데 그 메시지가 필자에게 주는 것은 ‘도대체 내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하는 의문이다. 후보들은 필자의 거주지와 전화번호 등을 제대로 알고 정확하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 만큼 필자는 개인정보가 어떤 경로로 누구에 의해서 이들 후보에게 전달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개인정보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에 불안하기도 하다. 요즘 언론에서는 이것을 ‘모바일 선거 공해’ 라고 하는데 전국적인 현상인 듯하다.

유세차량들도 주민들을 불편하게 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은 새로운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입주민들이 갑자기 늘어나서 작년부터 교통정체가 매우 심하다. 운전자들은 차량이 없는 시간이면 5분에 갈 수 있는 거리를 출·퇴근 시간에는 20~30분 이상 소비해야 갈 수 있다. 문제는 선거 유세 차량이 이렇게 교통량이 많은 시간대를 골라서 선거 유세를 한다는 점이다. 며칠 전부터 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선거 유세 차량이 도로를 서행하면서 선전을 하는 바람에 안 그래도 막히는 도로가 더 막힌다고 성토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그러자 이렇게 매너없는 후보는 여야를 막론하고 찍고 싶지 않다는 댓글들이 줄줄이 달린다. 댓글을 읽어보면 좋은 말이 하나도 없다.

유세 차량의 마이크 소리도 주민들을 괴롭힌다. 아침부터 유세 차량에서 후보를 선전하고 공약을 알리는 방송을 한다. 때로는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유세를 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유세들이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이뤄지다보니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특히 필자가 사는 지역은 젊은 부부가 많다보니 자녀들도 다들 어리다. 간난아이가 유세 방송에 자다가 깼다거나 하는 불평 글이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다. 그래도 이 점에 대해서는 선거철에 일시적으로 그런 것이니 좀 참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이런 방법이 아니면 어떻게 후보가 자기를 선전할 수 있겠느냐는 댓글도 달린다.

우리 지역에서는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지만 후보들의 가로펼침막 공해도 만만치 않다. 월요일 저녁에 한 공중파 뉴스에 따르면 과거보다 펼침막 설치가 2배 정도 많이 허용되어서, 보도나 횡단보도 혹은 지하철 입구 등에 마구 걸려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해 하고, 교통사고의 위험도 높인다고 한다.

선거는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이다. 하지만 어떤 후보자들이 있는지, 그 사람들의 공약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선거철이 아니면 자기 지역에서 활동하는 정치인들을 만날 기회나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니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유세 차량이나 펼침막을 이용한 선전 혹은 모바일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 선전이다. 이런 것들이 홍보효과는 있겠지만, 주민들에게 불편함이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우리 주민들은 그로 인한 불편함을 지금 견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