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평화정착은
美, 북한체제 보장·경제협력
미북정상 핫라인 구축 필요
싱가포르서 남북미 회담도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가진 제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무산위기에 놓였던 6·12 미북정상회담의 불씨를 살려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남북 첫 정상회담 이후 순항하던 미북정상회담 준비가 난기류를 만난 상황에서 북미대화의 중재자이자 촉진자로서 두번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간 오해를 불식하며 비핵화 담판에 북미정상이 예정대로 만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26일 김 위원장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한 달 만에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했다.

문 대통령이 며칠 사이에 북미 정상을 모두 직접 만난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관건이 될 미북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전날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개최 배경을 기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면서 “판문점선언의 후속 이행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준비 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운 사정들이 있었다. 그런 사정들을 불식하고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이뤄내는 것, 그리고 판문점선언의 신속한 이행을 함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회담을 제안한 25일 오후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미국 비판 담화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으로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시점이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당시의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받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과 경제협력이 키포인트가 된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을 앞둔 북미간 협상은 난항을 거듭해 왔다.

특히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북미 간 협상이 교착국면에 들어서자 북한이 고강도의 대남·대미 비난 메시지를 내놨고,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거의 성사 직전 단계였던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기에 이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열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정상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방식에 기대하기도 했다’고 언급하면서 ‘판’을 깨지 않겠다는 뜻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이같은 양보에 상응해 곧장 회담 재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미 김 위원장과 ‘핫라인’을 구축한 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 사이에도 핫라인을 구축할 필요성을 거론했다. 남북 간에는 정상을 포함한 핫라인이 구축돼 있기에 오해와 불통에서 비롯된 긴장 고조 국면에서도 국면을 전환할 수 있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미 정상 간 핫라인이 설치되면 향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비핵화 과정에서의 돌발상황 때도 완충장치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2차 회담 직후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거쳐서 종전선언까지 끌어내야 한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핵화와 평화협정, 북미수교 등이 이뤄질 북핵 해결 프로세스의 종착역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필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를 하고서도 체제안전 보장 여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하는 북한에 3자 종전선언은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이 이뤄질 때까지 한시적 안전보장 조치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나 이에 맞물려 문 대통령이 미북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로 가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남북미 정상회담까지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일각에서 거론돼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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