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도·막사 연쇄폭파 실행
미북회담 재고 경고 속 촉각
靑 “완전 비핵화 첫 조치”

북한이 총 6차례 핵실험을 진행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24일 갱도 폭파방식으로 폐기했다. 북한은 이날 한국·미국·영국·중국·러시아 취재진이 참관하는 가운데 오전 11시 핵실험장 2번 갱도와 관측소를 폭파한 것을 시작으로 오후 4시 17분께까지 4번 갱도와 3번 갱도, 막사 등을 잇따라 폭파했다. 북한이 지난달 ‘전략적 노선 전환’과 함께 예고했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실행에 옮긴 것으로, 비핵화 의지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인 첫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첫 번째 조치임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무력과 경제 건설의 병진노선을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새 노선으로 대체했다. 이후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명시한 데 이어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 교환을 합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는 북한이 당 전원회의 당시 병진노선 종료와 관련된 결정서에 명시한 사항이다. 사실상 이러한 국가적 노선 전환을 실천에 옮기는 조치인 셈이다.

북한은 핵실험장 폐기 실무계획을 밝힌 이달 12일 외무성 공보에서도 “(노동당)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북부 핵시험장 폐기”라며 핵실험장 폐기의 ‘맥락’을 강조한 바 있다.

북한이 이미 6차례 핵실험을 단행한 상황에서 핵실험장 폐기의 기술적 의의에 대한 견해는 엇갈리지만, 이처럼 큰 방향성 속에서 국제사회에 이미 약속한 조치를 이행함으로써 비핵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는 평가된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북미 간에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연기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미국 고위 인사들의 ‘리비아 모델’언급에 북한이 잇따라 반발하며 정상회담 재고려를 거론했다.

이날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한 것은 북미정상회담으로 나아가기 위한 비핵화 조처의 ‘본류’는 이어가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핵실험장 폐기를 통해 자신들이 ‘성의’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대미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적극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호기자

 

    김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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