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 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최근 필자가 재직중인 학교에서 ‘대학 교육의 미래와 자연과학’이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수학을 전공하는 연세대 특임교수, 물리 전공의 포스텍 교수, 화학을 전공하는 경북대 교수 세 사람이 발표를 했다. 발표와 토론을 들으면서 도대체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학 교수의 역할은 연구 중심 혹은 교육 중심인지’에 대한 의문만 늘어났다.

포럼에서 제일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대학교 학생들이 기초과학 과목의 수준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표자 중 한 분이 지금 필요한 교육은 ‘지식’이 아니라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며, 교수는 한 학기 동안 학습 진도를 다 나가야 하는 강박관념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청중들 중에서 학생들에게 전공교육에서 필요한 정도의 기초과학 교육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문이 있었다. 특히 아주대 학부대학(대학교 1학년에게 기초교양과목을 교육하는 대학) 학장이 ‘자기는 기초 화학을 교양필수로 강의하는데 15년 전부터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들이 생겨나고 있고, 학생들의 성적도 10점에서 90점까지 너무 수준 차이가 난다’며 고충을 토로하였다. 이에 발표자들은 현재 교육부가 사교육을 완화하기 위해서 교과과정을 쉽게 만들어서 아이들에 될 수 있으면 적게 가르치게 한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다수의 대학 신입생들이 고등학교에서 대학교수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기초과학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입학하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발표자들은 해결책으로 수준별 학습을 도입해 기초반, 심화반으로 나눠서 교육하고, 대학교수들도 고등학교 교육과정 위원회 등에 참여해 과학교육 수준을 높이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결국, 발표자, 청중 모두 좀 더 수준 높은 기초과학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처럼 토론 과정에서 반대 결론에 도달한 것은 교수들이 ‘연구’를 자신의 역할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교수들에게 보다 많은, 그리고 영향력이 있는 연구를 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문화교육부는 교수들이 사이언스나 네이처 등과 같은 1급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싣거나 국제적으로 인용지수가 높은 논문을 출판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이 부분에서 지표가 낮은 것을 국가 경쟁력과 연결시켜 걱정하고 있다. 대학교수의 연구업적은 교육부의 대학평가의 중요 기준이기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은 승진 및 재계약을 위한 논문 편수의 기준을 점점 높이고 있다.

반면에 학생들은 대학에 학문 연구를 위해서 입학하지 않는다. 현재 70% 내외의 대학입학률은 모두 취업을 위해서이다. 그러다보니 대학이나 사회가 대학교수에게 두 개의 요구를 동시에 하고 있다. 교수는 연구도 잘해야 하지만 학생들 교육도 잘해서 취업도 잘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의 부담은 필자의 대학과 같은 중상위 대학이 SKY 대학교보다 더 크다. 청중으로 참석한 물리학과 교수는 자신은 일주일에 서로 다른 물리수업 9시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연구를 해야 하는데, 솔직히 둘 다를 잘 해나가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뒤처지지 않도록 학생들을 교육하라고 요구한다. 이에 따라 필자의 대학도 다양한 전공 역량을 갖춘 학생들을 양성해야 한다는 트렌드에 맞춰 학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개편의 참조는 ‘하버드대’와 같은 초일류 대학교이다. 이 학교의 교육 목표 중 하나는 사회를 이끌어나갈 지도자 양성이다. 이런 대학의 기준을 필자의 대학에 적용한다고 한들 학생들이 그것을 따라갈 수 없다. 고등학교 졸업생의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상황에서 이 모든 학생이 우리 사회의 지도자가 될리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