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단국대 교수
▲ 배개화단국대 교수

오는 7월부터 우리나라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긴 우리나라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주당 근로시간이 줄게 되면 주중 하루 최대 근무 시간은 8시간이 되고, 야근 또는 주말 근무를 12시간까지만 할 수 있다.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우선, 300인 이상 기업부터 적용되고, 그 이하 사업장은 순차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렇게 근로시간이 줄면 저녁 시간이 있는 삶이 가능하다.

한국의 노동문화는 예전에 국민들이 황우석 교수의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에 열광했던 것처럼 쉬지 않고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휴식 없는 과도한 노동은 생산성의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OECD에 따르면 2017년도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4.3달러로 OECD 회원국 22개 중 17위였다. 이것은 1위인 아일랜드(88달러)의 38% 수준에 불과했고, OECD 평균(47.1달러)보다도 낮다.

현재 정부에서 노동시간을 줄이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노동시간을 줄이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조사에 따르면, 2004년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노동생산성(1인당 실질 부가가치)이 1.5% 증가했다고 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조사에서도 근로시간이 1%로 줄면 시간당 생산성은 0.7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식이 없는 노동은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노동자의 건강과 행복감을 줄어들게 한다. 필자만 해도 ‘저녁이 있는 삶’의 효용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필자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주중에는 보통 9시에서 10시에 퇴근했다. 그리고 한 때는 강의 준비로 일주일에 이틀은 새벽 3~4시에 자고 아침 9시에 출근했다. 이러다보니 운동할 시간도 없고 체력은 점점 고갈되었다. 이렇게 과로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낮 시간에 졸음이 와서 낮잠을 자야했고, 주말에는 늘 집에서 잠을 잤던 것 같다. 집중력도 떨어져서 앉아있는 시간에 비해서 실제 한 일의 양은 별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저녁 시간에 학교에서 일을 하는 대신 운동을 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필자는 오후 6시에 퇴근해서 저녁에 주 3회 이상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있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다 보니 체력도 좋아지고 피로감도 많이 줄었다. 체력이 좋아지다 보니 일할 때 집중도도 높아지고 일하는 것도 힘들지 않게 느껴진다. 몸 상태가 좋아지니까 항상 기분도 좋고 행복감도 증가했다. 비로소 필자는 ‘저녁이 있는 삶’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현재 언론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의 단점을 열거하며 기업(늘 그렇듯 중소기업)의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기업은 부족한 노동자를 더 고용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노동자를 구하기 어렵고 늘어난 임금 지출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은 노동시간의 절대량을 많게 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을 보충해왔지만, 정부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높이는 정책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