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단국대 교수
▲ 배개화단국대 교수

며칠 전 필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20대 후반의 여성과 길게 대화를 했다. 이 친구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비혼족’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는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친구들과 많이 놀고 싶다고 한다.

친구들 중에도 ‘비혼족’이 많다면서 결혼이나 취업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말로만 듣던 ‘비혼족’이 여기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백과사전에 따르면, 미혼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나 그런 사람을 일컫는 말이고, 비혼(非婚)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미혼은 결혼할 마음은 있으나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면, 비혼은 적극적으로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

따라서 비혼족 혹은 비혼주의자들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들어가는 것을 거절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요즘 젊은이들이 연애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20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51%가 썸(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단계)을 타고 있으며, 그중 50%는 실제로 연인이 된다고 한다.

즉, 요즘 젊은이들은 연애는 하고 싶고 하고 있지만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혼남녀의 혼인연기 이유 중 50%는 경제적인 이유이다. 결혼에 따른 의무 때문에 결혼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9% 정도로 결혼 생활 자체가 싫어서 결혼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강유진 총신대 교수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비혼 성인남녀 중 자발적으로 비혼을 택하는 사람은 20% 가량에 불과하며, 80%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결혼을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으로 결혼에 드는 평균 비용이 2억 3천여만 원이라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이 때문에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혼인비율은 인구 1천명당 5.2명으로 역대 최저치의 혼인율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비혼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이기보다는 결혼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더 맞아 보일 지경이다. 비혼은 혼자 사는 사람은 물론, 혼인 관계가 아닌 동거 상태 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비혼주의자는 법적 혼인 관계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사례이긴 하지만, 필자에게 자기는 비혼족이라고 말한 친구도 동거와 같은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 않았다. 이 친구의 생각은 ‘법적으로 혼인관계’에 들어가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계조사나 정부 대책들은 너무 법적인 혼인관계 위주로 되어 있는 것 같다.

혼인율은 통계청에 의해서 꾸준히 발표되고 있지만 동거율에 대한 조사는 어디에서도 발견하기 어렵다. 이것은 법적인 혼인만을 가족으로서 인정하고, 동거는 잠시 살다가 헤어지는 관계로 생각하고 법적인 부부가 아닌 사이에서 자녀가 태어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결혼과 출산의 경향도 점점 유럽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유럽에서도 결혼을 꺼리는 남녀가 늘어나면서 2016년에 역내 10개국에서 혼외출산 신생아 수가 전체 신생아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는 59%가 혼외 출산이었다. 이런 혼외출산 덕분에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비혼족은 결혼을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법적 혼인 관계는 싫다는 것일 수 있다. 낮은 출산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혼족 속에 숨어있는 동거족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