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의수 전 포스텍 교수

벌써 5월이 되었다. 봄이 무르익고 있다. 주위가 꽃동산이 되었고, 이제는 나뭇잎들이 진한 녹색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번 두 칼럼에서 ‘인생의 봄, 즉 태어나서 대학생활까지 인생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인생의 봄은 교육과 배움을 통해 내 인생의 뿌리를 내려야 할 시기라고 필자는 주장했다. ‘어떻게 뿌리를 깊고 넓게 내릴 수 있는가?’도 논했다. 두 가지의 뿌리가 필요하다. 즉 인성(人性)과 전문성. 인성? 아무리 혈기와 지능이 있어도 인성이 없다면 망조(亡兆)가 나게 된다.

전문성? 사회 환경을 전혀 무시하지 않으면서, 나의 재능, 나의 관심, 나의 가치를 중심으로 나의 전문성을 키워 나간다면, 나의 경쟁 상대는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나의 재능, 나의 관심, 나의 가치를 충분히 살리면 성공이다. 모두 성공할 수 있고, 모두 행복할 수 있다.

필자는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 개인 이기주의 사회를 개인이 존중받고 모두가 성공하고 모두 행복한 사회로 만들자’고 주창했다. 곰곰이 생각하면, 전문성도 성공도 행복도 인성에 달려있는 것 같다.

지난달 4월에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돌아보면서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유럽 국가들이 작지만 강한 나라 (소위 강소국·强小國)가 되는 한 비결을 발견했다고 믿는다. 물론 어느 사회에도 예외가 있고, 완전한 사회는 없다.

오래 전에 처음 유럽을 방문했을 때, 유럽사회와 문명 그리고 문화의 깊은 뿌리를 느꼈다.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말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뿌리가 깊지 못하다고 느꼈다.

지난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하여 며칠동안 동쪽으로 독일 북부의 여러 도시들과 함부르크 지역을 거쳐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약 800km를 운전하여 가면서 넓고 평평한 푸른 농원들이 잘 경작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調和)를 느꼈다. 살펴보니 이 지역의 가용(可用)면적이 70%도 훨씬 더 되는 것 같았다. 반대로 ‘작은 국토의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가용면적이 30%밖에 안 되는 한국이 불쌍하구나’하고 느꼈다.

그런데 한국과 대조되는 다른 것들을 보았다. 여행하면서 돌아보니 소형차들만 보이는 것이 아닌가? 대형 차들은 물론 중형차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집들은 어떠한가? 집들은 대부분 잘 가꾸어져 있었고, 하나같이 작았다. 한 가족 살기에 충분한 사이즈였다.

우리는? 너도나도 큰 차, 큰 집을 쓰려고 한다. 내가 한국에 7년간 머물면서 대형차로 변모하는 한국사회를 관찰하였다. 제한된 주차장에 주차하기가 더욱 더 힘들어짐에도 말이다. 또 땅이 부족해 수십층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형편인데도. 네덜란드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미국을 한번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유럽에 비해 모든 것이 크고 낭비가 많다고 평했다. 유럽은 사용하기에 충분하면 작고 절약형으로 만족한다고 그는 말하였다. 이번에 모두 5천km를 주행하면서, 베를린, 파리, 벨기에 브뤼셀, 로마, 나폴리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도 비슷하게 느꼈다.

땅도 좁고, 가용면적도 작은 한국은 왜 유럽처럼 검소하게 실용적으로 살지 않을까. 그 이유는 사회적 사고(思考)방식 또는 인생철학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한국은 남보다 더 큰 차, 더 큰 아파트를 사용해야 ‘갑’계급에 머물 수 있는 사회이다.

한국에 최근 거주하면서 필자는 자라는 봄에 피는 새 꽃과 같은 학생들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identity) 분명히 알고, 자주성(autonomy)을 발휘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도록 인도해야 할 중요성을 절감했다. 새싹들이 인생의 봄에 ‘개인이 존재하지 않는 개인 이기주의 사회’의 무거운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개개인이 존중받고 개개인 모두가 성공하고 개개인이 행복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도록 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