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시민단체의 목적은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정당이나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다르며,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보장되지 못하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있다.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와 공익의 확대’가 시민단체의 주된 관심사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 ‘시민단체의 권력화’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지난 정부에서도 유사한 문제들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 정부의 경우와 같이 ‘특정 시민단체와 정치권력의 유착관계’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민주주의는 민의가 반영되는 선거정치이기 때문에 ‘조직의 힘을 가지고 있는 시민단체’와 ‘정치권력을 가지고 있는 정부’의 야합(野合)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더욱이 현 정부가 이른바 ‘촛불시민혁명’으로 집권했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클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시민단체의 권력화 논쟁의 중심에는 ‘참여연대’가 있다. 청와대에는 정책실장, 민정수석, 사회수석, 선임행정관 등 9명, 그리고 내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 재정개혁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여성가족부장관 등 53명이 참여연대 출신이다. 또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역시 참여연대의 창립멤버들이다. 이처럼 권력의 핵심부에 특정 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으니 문재인 정부를 ‘참여연대 정부’ 또는 ‘참여연대와의 공동정부’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정치권력의 유착은 양측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한다. 시민단체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훼손됨으로써 공정한 감시자의 역할이 어려워진다. 지난 정부의 댓글조작사건에는 경찰 15명을 고발하였던 참여연대가 현 정부의 댓글조작사건인 ‘드루킹 게이트’에는 침묵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출범 당시 ‘정치 지향적이지 않은 시민운동을 펼치겠다’고 하면서 ‘권력 파수꾼이 되겠다’고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권력을 갖게 되자 더이상 권력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가 권력과 유착하게 되면 특정 정당의 외곽조직으로 전락하게 된다.

한편 정부의 경우에도 특정 시민단체 출신들이 청와대와 정부의 요직을 독점하게 되면 공직 내부의 견제와 균형이 깨어질 뿐만 아니라 ‘집단사고’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경선에서 박영선 의원은 서울시 조직을 ‘시피아(시민단체+마피아)’라고 하면서 박원순 시장이 시민단체 출신을 요직에 배치하는 등 시피아의 병폐가 심각하다고 비판한 것도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참여연대 출신의 조국 민정수석이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 즉 조대업 고용노동부장관, 안경환 법무부장관 내정자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등에 대한 인사검증에 모두 실패한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만사형통(萬事兄通)’이 현 정부에서는 ‘만사참통(萬事參通)’으로 풍자되고 있다는 사실을 유착관계의 당사자들은 모두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력을 감시하겠다던 시민단체도 이제 감시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권력과 유착해 권력화된 시민단체는 더이상 정치권력을 감시할 수가 없다. 따라서 이제 국민들은 권력을 감시하겠다던 시민단체까지도 감시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 교수가 정치권력과 유착하면 ‘정치교수(폴리페서)’가 되고, 언론이 정치권력과 유착하면 ‘외눈박이 언론’이 되듯이, 시민단체도 정치권력과 유착하면 본연의 사명에 충실할 수가 없다. ‘시피아’가 되어버린 시민단체의 관심은 ‘조직의 이익’이지 ‘공공의 이익’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