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호의 살며생각하며 ⑫

남과 북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한다. 이를 앞두고 두 정상을 연결하는 직통전화가 개설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남북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이라도 북한 핵 시설 같은 곳을 향해 폭격을 감행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올초에 연세 드신 분들이 함께 하는 어떤 회의에 갔더니, 평창 올림픽이 있어 그렇지 이것만 치르고 나면 미국이 조만간 무슨 결단이라도 내릴 것이라는 예측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정국은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북한에서 현송월이라는 공연 책임자가 오고 올림픽에 북한 수뇌의 누이 되는 김여정이라는 사람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태도가 180도 바뀌고 남과 미국 사이에 새로운 밀월 시대가 열리면서 전쟁, 폭격 위기는 썩 물러갔다. 남북 정상 회담 뒤에는 북미 간에도 최고 책임자들이 만날 것이라 하는데, 며칠 전 열린 미일 정상들 만남에서 아베 총리는 빈손 귀국을 했다고 한다.

다시 뉴스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 했다는데, 이 핵시험 중지는 북부 핵시험장 폐쇄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른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시험장으로 알려진 곳으로, 그 동안 방사능 누출 등 심각한 오염이 우려된다고 보도되어 왔다.

지난 두 정부에서 남북 관계는 완전히 냉각되었고, 이는 천안함 참사, 개성공단 폐쇄 등을 촉매제 삼아 왔다. 정권이 몰락하는 와중에 경북 성주에 사드라는 것을 기습 배치한다 하면서 중국도 난리를 쳤고 군민들이 데모에 나섰고 한반도에는 더욱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잇따른 좋은 소식들로, 이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평화는 전쟁보다 나은 것이므로 천만다행이라 생각하며 이 무드가 부디 정전협정 체제의 종식과 평화 정착으로 연결되기 바란다. 정치와 군사 분야에서 대화와 타협은 언제나 중요하다. 긴장과 압박과 전쟁이 능사일 수 없고, 어떤 목적을 위해 인명을 대량 희생시키는 일은 최악의, 마지막 고려 사항이 되어야 한다. 이번 정부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냈다.

문학예술에서는 어떨까? 좋아하는 가수 조용필이 북한에 가 공연하는 것을 보면서 예술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문학은 역시 까다롭고 예민하며 생각이 많다. 내 귀에는 인권 유린 상태 아래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소리없는 숨죽임이 들리는 것 같다. 긴장 때도 평화 무드 속에서도 그들은 동원될 뿐 말을 할 수 있는 입이 없다. 문학이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다. /방민호<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