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시 흥해읍 대성아파트의 갈라지고 뒤틀린 벽체가 11.15 포항지진의 위력을 말해주고 있다. /경북매일DB

땅이 흔들렸다.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31초, 한반도에서 유래가 없었던 강진이 포항을 덮쳤다. 재산피해만 600억원을 넘겼다. 건물 벽면이 통째로 무너지고 필로티 건물을 지탱하고 있었던 기둥이 으스러졌다. 시민들은 평생을 살아왔던 삶의 터전을 한 순간에 잃어버렸다. 불과 1년 전 인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에 연이은 재앙이었고, 5.4 규모의 포항 지진은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대한민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땅이 흔들렸다.

1995년 1월 17일 화요일 오전 5시 46분 52초. 6천434명이 사망했고 4만3천792명이 부상을 입었다. 10만4천906채의 건물이 붕괴, 7천3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재민 중 3명은 2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행방불명 상태로 남아있다. 일본 효고현의 한 작은 섬이 진앙지였다. 아와지섬 땅 속 판이 뒤틀리면서 시작된 강력한 지진은 그 영향이 바다를 넘어 일본 전역에 미쳤다. 7.2 규모의 지진으로 시가지 아스팔트 도로가 절단되고 교량은 속절없이 넘어갔다. ‘한신·아와지 대지진’또는 ‘고베 대지진’으로 불리는 이 지진은 오늘날까지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과 함께 일본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

20년이 지난 지금, 한신·아와지 대지진을 겪은 일본은 지진 복구를 완료했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 자원봉사자, 시민들 모두가 힘을 합친 결과 이들은 모든 것을 지진 이전으로 되돌려놓는 것 이상으로 발전에 성공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고, 참고 인내하고 견뎌내는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보란듯이 자연의 재앙을 극복해냈다. 대재앙을 겪은 일본은 이제 당시의 상황을 온전히 보전하면서 값진 경험을 후세에 물려주려 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난해 지진으로 여전히 트라우마에 갖혀 있는 포항시가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미래상 등을 ‘한신·아와지 대지진’ 당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고베시에서 찾아보았다. 고베시의 과거와 현재 모습과 현 일본 정부의 지진 방재방향, 미래상을 통한 지진 극복방안 등을 총 5회에 걸쳐 연재한다.

글 싣는 순서

1. 지진 원인·특성과 한반도
2. 한신·아와지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
3. ‘신사이(震災)’, 재난을 극복하다
4. 대한민국 방재는 어디쯤 왔나
5. 진앙지 포항, ‘뉴딜’을 꿈꾸며

2017년 11월15일 오후 2시
규모 5.4 강진 포항 강타
삼국시대 부터 지진 기록 존재해
1978년부터 20년간 연 평균 19회
3.0이상 지진도 8.8회… 증가 추세
구름운 등 전조현상 검증 안돼
전문 학계 연구 뒷받침돼야

□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불행하게도, 한반도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였다.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뉘었던 삼국시대 때부터 지진은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

한국의 지진활동 자료는 1905년 인천에 지진계가 설치되기 전까지의 역사지진자료와 그 이후의 계기지진자료로 구분된다.

역사지진자료는 삼국사기와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적에는 ‘땅이 갈라지고 샘물이 솟아 올랐다’, ‘담과 집이 무너지고 사람이 많이 깔려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779년(신라 혜공왕 15)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무려 100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역사지진자료를 종합하면 AD 2년부터 약 1천800회의 유감지진(인체로 느낄 수 있는 지진)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본격적인 계기지진관측이 시작된 지난 1978년부터 2000년까지 한반도에는 총 469회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상청이 발표한 ‘1978∼2000 지진관측보고’을 보면 이 기간 동안 한반도에 규모 4.0 이상 지진도 19번이나 있었다. 규모가 가장 컸던 지진은 1980년 1월 8일 오전 8시 44분 13초 평안북도 의주에서 발생한 규모 5.3의 의주지진이었고, 진도를 기준으로 하면 1978년 10월 7일 충청남도 홍성에서 발생한 진도 V(5)의 지진이 가장 강한 지진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홍성 지진은 한국 지진사의 변환점이었다. 이날 오후 6시 19분 52초께 북위 36.6도, 동경 126.7도에서 관측된 규모 5.0 지진으로 당시 부상 2명과 건물 파손 118동, 건물 균열 1천여 곳 등 총 1억9천995만5천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지진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던 한반도에서 지진의 위력과 공포를 실감한 사건이었고, 현재의 체계적인 지진관측업무가 정착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기상청의 ‘2017 지진연보’에서는 지난 1978년부터 20년간 연 평균 약 19.2회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규모 3.0 이상 지진은 8.8회였다. 지난 1992년부터는 지진발생 횟수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지난 1999년부터 2017년까지는 연 평균 지진발생건수가 약 67.6회로 급증했다. 3.0 규모 이상 지진도 11.2회로 늘었다. 한반도가 지진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던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는 반증이자 이전부터 꾸준히 지진이 발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경상 일대의 경상분지에서 지진활동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충청·경기 일대의 서해안 지역이며, 내륙지역과 북부의 개마고원 지역에서는 낮은 편이다. 한반도의 경우 1971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에 발생한 지진의 분포를 보면 추가령단층대, 양산단층대와 포항 영일만-아산만 간 대상을 이루는 진앙지를 갖는 것을 알 수 있다.

▲ 지진의 충격으로 처참하게 파손된 건물 옆에 주차되있던 차량.
▲ 지진의 충격으로 처참하게 파손된 건물 옆에 주차되있던 차량.

□ 지진이란 무엇인가

지진의 전조현상은 과학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 지진 때마다 퍼졌던 구름운이나 가스냄새, 곤충들의 무리이동 등은 정확히 ‘지진만’의 전조현상은 아니다. 설사 이러한 모습이 보이더라도 지진이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전조현상이 관찰되지 않는 상태에서 대지진이 일어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지진예보에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

본진이 발생하기 전 종종 작은 규모의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이를 전진이라고 한다. 대지진에는 전진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주 지진과 포항 지진 때에도 물론 전진이 있었다. 이를 통해 최근에는 지진 예측에 이러한 전진을 이용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지진의 전진인지 또는 본진인지 확인할 수 있는 건 사실상 지진이 모두 발생한 이후에서나 알 수 있는 게 과학적 현실이다.

지난 2016년 9월 12일 발생한 경주지진 이후 여진은 19일 기준 195회를 기록했다. 포항 지진은 100회째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본진이 끝난 후 보통 이보다 작은 규모로 여러 차례 발생하는 지진을 여진이라 한다. 지진은 응축된 에너지가 분출되는 현상인데, 여진은 단 한 번의 본진으로 방출되지 않은 에너지를 모두 해소하기 위해서 발생한다. 본진보다 규모가 작으며, 본진 발생 후 수일에서 수년 동안에 걸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진의 규모가 클수록 여진은 더욱 광범위한 지역에서 보다 긴 시간 동안 잦다.

▲ 지진의 충격으로 처참하게 파손된 빌라건물 외벽.
▲ 지진의 충격으로 처참하게 파손된 빌라건물 외벽.

지진의 크기는 규모(Magnitude)와 진도(Intensity scale)를 사용한다.

지난 경주 지진의 경우 규모는 5.8로 포항 지진(규모 5.4)보다 규모가 컸지만, 피해액은 포항 지진이 668억 2천500만원으로 경주와 비교해 6배나 많았다. 포항에서는 한반도에서는 처음으로 ‘액상화 현상’도 관측됐다. 진원의 깊이를 포함해 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이 달랐기 때문이다.

규모는 진원에서 방출된 지진에너지의 양을 나타내고 진도는 어떤 한 지점에서 인체 감각, 구조물 피해 정도에 따라 지진동의 세기를 표시한 것이다.

▲ 포항지진 나흘째 발생한 흥해 들녘 액상화 현상
▲ 포항지진 나흘째 발생한 흥해 들녘 액상화 현상

규모는 절대적인 반면, 진도는 위치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5.4 규모의 지진을 전국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지역에 따라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진 당시 경북은 최대진도가 Ⅵ(6)이었지만, 거리가 떨어진 전북은 약간 흔들리는 정도인 Ⅲ(3)의 진도로 지진을 ‘체험’했다.

지진은 활성단층이 움직임과 동시에 그동안 축적돼 있던 힘이 분출되면서 발생한다. 전체 지진의 90% 정도가 활성단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낙동강 하구에서 부산 을숙도, 양산, 경주를 거쳐 경북 울진 기성면까지 약 200km 정도 이어지는 양산단층을 활성단층대로 추정 중이다. 활성단층이란 최근에 운동을 했으며 미래에 운동을 할 수 있는 단층으로, 쉽게 말해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다. 단층은 외부의 힘을 받아 지각(지구의 바깥쪽을 차지하는 부분, 땅)이 두 개의 조각으로 끊어져 어긋난 지질 구조다.

□ 지진 발생 원인

지진의 발생원인은 현재 ‘판구조론(Plate tectonics)’으로 설명한다.

판구조론이란 지각이 단일 구성이 아닌 십 수개의 조각난 판으로 이뤄져 있다는 이론이다. 이 판들은 각각 서로 부딪치거나 밀고 때로는 서로 포개지면서 매년 수cm 정도(손톱이 자라나는 정도)의 속도로 점성이 있는 맨틀 위를 제각기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지각판들이 마주치게 되고, 경계부위가 미끄러지면서 직·간접적으로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 현재의 정설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유라시아판과 태평양 판 사이, 즉 ‘불의 고리(Ring of fire)’에 위치해 있다.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 활동이 중첩된 지역인 환태평양 조산대다. 동일본 대지진을 비롯한 대형 지진이 모두 이곳에서 발생했고, 실제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지진은 이러한 판의 경계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판 내 지역에서는 판 경계지역보다 지진발생빈도가 낮을 뿐더러 규모도 작은 편에 속한다. 유라시아 판 내부에 속한 대한민국은 이러한 이유로 지진 안전지대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판 경계부위가 아니더라도 큰 지진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제일영 센터장은 “막대기 끝 부분에 힘을 가하면 힘이 약한 부분이 휘어지듯이 판 내부에 있는 한반도 역시 지진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이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학계에서도 지진 전조현상을 비롯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사진/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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