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두 차례의 정상회담, 즉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이 두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의 계기가 마련되겠지만, 만약 회담이 실패할 경우에는 현재 보다 더욱 심각한 전쟁위기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과정은 수많은 난관들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낙관할 수 없다. 한반도문제의 이해 당사국들이 다수인데다가 상호불신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핵문제의 인식과 그 해결방법에서도 커다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위기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이용하여 난국을 돌파해 왔다는 사실은 정상회담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또한 미국은 단기간에 속전속결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비핵화의 단계마다 보상이 따르는 점진적 접근법을 선호하고 있다. 더욱이 북미협상이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이후 핵 폐기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문대통령이 “결과도 낙관하기 어렵고, 과정도 조심스러운 게 현실”이라고 말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 어떻게 임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실주의적 인식과 전략’이다.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이상)’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수단과 전략(현실)’이 강구되어야 한다. 북핵 폐기는 올림픽단일팀이나 예술단의 교류와 같은 감성적 접근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인식과 능력이 중요하다. 대통령이 운전해야 할 길은 잘 닦인 고속도로가 아니며 장애물이 많고 복잡하다. 운전자가 의욕만 앞서면 과속하게 되고, 현실을 무시하면 사고를 낸다. 도처에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험난한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정확한 현실 인식과 대처 능력이 목표 안착(安着)의 관건이다.

이러한 안전운전을 위해서는 유능한 동반자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미국이다. 비핵국가인 한국이 핵보유국인 북한과의 회담에서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한미공조가 필요하다. 게다가 비핵화 탐색전의 성격이 있는 남북정상회담과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북미정상회담은 상호 연계되어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한미공조는 우려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을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연기하겠다”고 하면서 남북정상회담에 임하는 한국에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 한미공조의 현실이다. 김정은이 협상력 제고를 위하여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러시아와의 공조도 다지고 있는 마당에 한미동맹의 균열은 우리의 대북협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마지막으로 대통령의 ‘열린 사고(open mind)’가 정상회담의 성과와 비핵화 과정에서의 안전운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정상회담을 준비함에 있어서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 현실주의자와 이상주의자의 조언들을 두루 경청해야 한다. 듣고 싶은 말만 듣는 ‘외눈박이 사고’로서는 비핵화과정의 수많은 장애들을 돌파할 수가 없다. 국가안보는 실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실수는 곧 바로 국가존망의 위기를 초래한다. 따라서 대통령은 진보적 이상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참모들의 조언뿐만 아니라, 보수적 현실주의 안보전문가들의 고언(苦言)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외교정책에 있어서 이상주의는 비핵화라는 당위적 목표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현실주의는 그러한 목표를 성취하는데 필요한 수단과 방법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