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개화단국대 교수
▲ 배개화 단국대 교수

지난 일요일부터 드루킹의 구속 및 댓글 조작에 대해서 언론에서 연일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드루킹이라는 파워 블로거가 평창올림픽에 대한 기사 2건에 악성 댓글을 달고 그것의 조회 수를 조작했다가 이것을 민주당이 고발하여 며칠 전 경찰에 검거되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민주당원이고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궁금증이 커졌다.

필자도 이 사람의 정체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이미 이 사람은 인터넷 세계에서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었다. 이 사람은 10여 년 전 ‘서프라이즈’라는 온라인 사이트에 경제 관련, 국제 관계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으며 이후 자신의 개인블로그인 ‘드루킹의 자료창고’에서 주식 관련 글을 썼는데, 이것이 꽤 잘 맞아서 점점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2014년부터는 ‘경제적 공진화’라는 온라인 카페를 만들고 소액주주 운동을 벌였다고 한다.

지금 이 카페의 회원이자 이 사람의 지지자들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는 말을 들으면 거의 사이비 교주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는 ‘송하비결’이라는 예언서를 신봉하며 그 예언서의 내용에 근거해서 여러 가지 예언(그 중 하나가 일본 침몰)을 하였다고 한다. 송하비결은 조선말부터 천지가 개벽하는 말세 전후까지의 기간을 연도별로 분석하고 기술한 예언서로 2008년에 출판되어 일반인도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이다. 또한 회원들만 사용하는 주문도 있어서 모임에서는 늘 그 주문을 암송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회원들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치인들에게 접촉하거나 그들을 초대해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고 한다. 2014년에는 노회찬 의원의 선거를 지원하기 위해서 그의 부인에게 운전수를 보내기도 했고, 더불어 민주당의 김경수 의원과 접촉하고 안희정 지사를 초대해서 올 1월에는 카페 회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도 했다고 한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 대선에서 드루킹이 대통령 선거 관련 댓글 지원을 김경수 의원에게 제안했고 그 대가로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 자리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추천에 김경수 의원이 청와대 관계자에게 검증을 요청했고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아서 거절됐다는 것이다. 이에 드루킹이 앙심을 품고 올 초 네이버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댓글 조회 수 조작을 해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댓글을 상위에 올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송하비결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예언서를 믿고 주문을 외는 이 집단에 상당한 지식인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된 사람은 유명 로펌의 변호사로 일본 유학생 출신이라고 한다. 당사자는 드루킹에게 그런 일을 청탁한 적이 없으며, 드루킹에게 법률 자문을 해준 사이라고 말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드루킹의 자문 변호사는 여러 명 된다고 한다.

이런 인물은 온라인 게시판에서 주택 가격 동향을 예측하거나 주식 가격 동향을 예측하는 인물이 악성으로 진화한 경우이다. 필자가 몇 년 전에 집을 마련할 때도 한참 집값 폭락설이 있었기 때문에 불안해서 한 온라인 카페에 가입한 적이 있다. 거기 카페 주인도 부동산 중개사였는데 거의 나만 믿으라는 어투였고, 회원을 모아서 부동산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다른 지역 커뮤니티에도 이런 예측을 하는 소위 전문가들이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예측이 아니라 예언을 하고 회원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치권을 ‘이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번 청탁 및 보복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드루킹의 대선 댓글 의혹은 야당이 거품을 물지 않아도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정치권 주위에 이런 인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고, 과거 오프라인의 정치 브로커가 이제는 온라인 사이비 교주로 진화할 만큼 우리 사회가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