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무연 회장
천주교 전례꽃꽂이연구회
셋째주 월요일 작품 연구
사제 서품식 등 꽃 장식도
내년 20주년… 200명 활동

▲ 천주교 대구대교구전례꽃꽂이연구회원들. /천주교 대구대교구전례꽃꽂이연구회 제공

겨울이 지나고 찾아온 봄은 생명의 기운이 움트는 시기다. 그래서인지 세상에 생명 가득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새롭게 한다.

특히 가톨릭 교회 안에서 꽃꽂이는 전례력에 따라 특별한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며 전례의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신자들이 더욱 능동적으로 전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전례꽃꽂이는 개성 있고 자유롭게 표현되는 일반 꽃꽂이와는 엄연히 다르다. 제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전례의 핵심을 표현해 내기에 깊은 묵상과 함께하는 또 하나의 기도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9월 교구장 인준을 받아 창립해 20주년을 앞두고 있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전례꽃꽃이연구회(회장 류무연).

꽃의 아름다움을 통해 하느님을 찬양하는 단체인 전례꽃꽂이연구회는 본당에서 제대에 꽃을 봉헌하며 전례를 더욱 풍성하게 꾸미는 ‘제대 꽃꽂이회’ 구성원들의 모임으로 인원은 200여 명이다. 매달 셋째주 월요일 오전 11시 교구청에서 모임을 갖고 각 본당 순서대로 미리 전례에 따른 작품을 발표하며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연구회는 그동안 사제·부제 서품식을 비롯해 주교 착좌식 등 각종 교구의 중요한 행사 때마다 제대에 꽃 장식을 하며 기도하고 봉사하고 있다. 또한 교구 전체에 전례꽃꽂이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전문강사 4명을 파견해 교구청에서 제대꽃꽂이 봉사자를 위한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초·중급, 고급, 전문, 연구과정 4개반으로 4년 과정이며 수료작품 전시회를 열고 수료증서도 발급한다.

류무연(61) 대구대교구 전례꽃꽃이연구회장을 만나 ‘꽃으로 기도하는’ 전례꽃꽃이 이야기를 들었다.

“천주교인들에게 미사는 하느님께 올리는 가장 거룩한 제사이자 성대한 잔치입니다. 거기서 신자들은 ‘합당한’ 예물을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하느님의 창조물 중 가장 아름다운 것, 꽃은 어찌보면 가장 합당한 예물이 될 수 있겠습니다. 아마 하느님의 영광에 가장 어울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겨울을 이겨내고 피워낸 그 생명력과 꽃 자체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과 그 분이 주시는 희망을 기억하게 해주니까요.”

류 회장은 “전례꽃꽂이는 꽃을 이용해 하느님을 찬미하고 우리의 사랑과 정성을 봉헌하는 도구이자 기도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때문에 전례꽃꽂이는 일반 꽃꽂이와 다른 점이 많다고. 화려하고 아름다움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전례에 도움이 되고 축일과 전례의 의미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돼야 한다. 단순한 장식의 의미가 아니라 제대 앞에 놓인 꽃으로 복음 말씀과 전례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례꽃꽂이 봉사자들은 우선 경건한 기도와 묵상을 통해 주제와 소재, 형태를 결정해야 한다.

“저희 전례꽃꽂이연구회원들에게 있어 꽃꽂이는 기도의 봉헌이에요. 묵상을 통해 꽃을 꽂으며 봉헌하면서, 미사에 참례하는 모든 사람들이 기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죠. 그래서 ‘꽃의 사도’이자 ‘말씀봉사자’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전례꽃꽂이는 단순히 꽃의 아름다움을 보이는 장식 작품이 아니다. 신자들이 성당에 들어와 제대를 바라보자마자 그날의 전례를 느끼게 해줘야 한다. 그날 전례에 맞는 색이나 상징, 이미지 등을 꽃꽂이에 담아 기도하는 이가 더욱 기도에 집중하도록 돕는 작품이 좋은 전례꽃꽂이라는 것이 류무연 회장의 설명이다.

▲ 류무연 회장
▲ 류무연 회장

류 회장은 “그날 전례에 따라 흰색 꽃으로 부활을, 붉은 색 꽃으로 순교나 성혈을 나타내기도 한다”면서 “꽃꽂이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분들을 만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40여 년 꽃과 함께 한 생활 중 30년 넘게 본당에서 제대 꽃꽂이를 봉사하고 연구해 왔다. 오랜 기간 전례꽃꽂이로 봉사하다보니 봉사의 마음가짐도 전례꽃꽂이에서 배웠다. 자신이 아닌 주님을 드러내야하는 것은 전례꽃꽂이의 기본 중의 기본이었다.

류 회장은 “아무도 없는 성당 제대에서 기도하며 꽃꽂이를 봉헌할 때면 주님께서 내미시는 사랑의 손길을 느끼며 위안을 받기도 하고 기도를 체험하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면서 “이처럼 주님께 꽃으로 기도드리는 전례 꽃꽂이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언제나 환영한다”며 많은 신자와 수도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2코린 2,15)라는 성구처럼 주님의 말씀이 향기롭게 피어오르도록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는 숨은 교구의 일꾼이 되도록 더욱 많이 묵상하고 연구하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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